박새 새끼 구하기~~

2017. 5. 13. 20:4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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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한 번씩 가는 욱수지 산책길에서 저수지 둑을 내려오는 길 왼쪽 참나무에 버섯도 아닌 것이 이끼처럼 생긴 것이 참나무 가지에 걸쳐져 있다. 호기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참나무 밑에서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의 진원지에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새끼 새가 탈진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떨어진 새집이 있는데 어디서 모았는지 이끼와 털이 가리런하게 둘려져 있다.

 

 

 

 

 

사다리를 빌리려고 들린 못 둑 식당 아주머니에게 사연을 얘기하니 대뜸 '멍텅구리 박새구먼!'한다. 박새는 아무 곳에나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박새처럼 생겼다.

 

 

 

 

 

길손이 도움을 청했던 아주머니 손에 놓은 박새 새끼는 거의 탈진 상태다.

 

 

 

 

 

원래대로 올리기 위해 새집에 새끼 세 마리를 넣었다. 자신의 보금자리인 줄 하는지 편하게 앉아있다.

 

 

 

 

 

 

요즘 골프를 배우다가 왼쪽 가슴 갈비뼈에 이상이 있는지 아픈 통증에도 불구하고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맨손으로 한 번 올라갔더니 나무 높이가 제법 높아서 사다리가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내려와서 사다리를 빌려다 참나무에 걸쳐놓았다.

 

 

 

 

 

 

 

박새는 전망이 트이고, 제법 폭이 넓은 가지에다가 이층집을 만들었는데 밑에는 이끼로 두툼하게 방석처럼 만들었고, 그 위에 보드라운 털로 만든 새집을 얹었는데 그 틈이 견고하지 못해 바람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원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떨어진 새집을 올렸다.

 

 

 

 

 

 

그러나 주변에 제대로 된 지지대가 없어 바람이 불면 또 덜어질 것이다. 참나무 가지를 꺾어 주변 보강에 나선다. 이때 박새 어미가 어떻게 된 사연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새끼를 해치는 줄 알고 옆에서 계속 경고음을 낸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아 주변에 있던 합성 나일론 끈을 주워다가 나무에 둘러서 새집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를 하고, 참나무 작은 가지를 위에 놓아서 빗물을 조금이라도 덜 막도록 조치했다.

 

이제는 어미만 나타나면 되는데 조금 전까지 곁에서 울던 어미 새가 보이지 않아 길손의 애를 태운다.

 

 

 

 

 

길손의 도움요청에 가던 길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어떤 부부이시다. 그리고 자전거 주인인 젊은 청년은 사다리를 돌려주려고 식당에 갔다. 사진의 저 아주머니는 비록 미물이지만, 지극한 모성애가 새하고 서로 통한 것 같았다.

 

 

 

 

 

새끼를 모두 올렸던 줄 알았는데 새집을 올릴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새끼 한 마리를 또 발견하여 사다리는 없지만, 가슴 통증을 참으면서 또 한 번 나무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생명을 구한 뿌듯함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부디 박새가 자기 새끼들을 거두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