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5. 6. 09:12ㆍ살아가는 이야기
"꽤~액, 꽤~액" 날카롭고 찢어지는 비명이 개울에서 들린다. 주말농장 텃밭에서 온몸으로 추위를 견디며 지냈던 어미와 새끼가 자신의 소임을 충실히 해내는 장면이다. 고라니는 냇가 풀숲에 몸을 은신하고 있었는데 오른쪽 새끼가 고라니 냄새를 맡고, 개울에서 일전을 벌이는 소리가 나니 왼쪽의 콩알만 한 어미가 합세하여 고라니를 공격한다.
아직 어린 고라니의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을 들으니 길손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일단 현장에 가서 형편을 보니 고라니는 아직 어린 개체다. 야단을 치니 오드 아이 강아지는 고라니에게서 떨어지고, 어미 개는 고라니의 얼굴과 입을 햝는다. 사랑스러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길손이 격려는 하지 않고, 나무라니 황당한가 보다.
물지 말라고 야단을 맞은 어미 개가 영문을 모르고 고라니의 얼굴을 어색하게 핥으니 고라니도 어리둥절해 한다.
길손이 개들을 떼어놓은 동안 잠시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한 고라니가 길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주변 텃밭을 다니면서 온갖 패악질과 악행을 저질렀지만, 윤기가 도는 코와 맑은 눈망울을 보니 저렇게 죽게 둘 수는 없을 것 같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비실 시실 걸어가더니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죽음 직전에서 살아났으니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자동차가 드문 드문 다니는 길을 횡단하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안전지대로 들어섰다. 또 주말농장에 와서 작물을 먹겠지만, 한 번 혼이 났으니 이제는 산에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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