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2. 13:07ㆍ여행이야기
홍천군 내면을 지나 양양으로 향하는 길에 거대한 장애물이 놓였다. 아직도 새차에 속하는 길손의 애마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면서 지쳐가고 있을 때 안개비 사이로 양양군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제 구룡령(九龍嶺)의 정상이 지척임을 알리는 징조다.
한국지명유래집에서 구룡령을 이렇게 묘사했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 경계에 위치한 고개이다. 고개가 가파르고 험하여 마치 용이 구불구불 기어오르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56번국도 상에 있다. 『강원도 땅이름』에 의하면 "높은 고도 때문에 맑은 날에도 옅은 안개가 끼어 있으며, 비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정상 부근에 짙은 안개로 시야를 가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광여도』와 『해동지도』에는 표현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전체 구도가 비슷하게 표시되어 있다. 남대천천은 구령령 부근에서 발원하여 북류하다가 읍치에서 잠깐 동류하여 바다로 들어간다고 표기가 되어 있다. 인접한 양양의 사료에서도 구룡령 지명에 관한 기록이 적지 않다. 『여지도서』 「양양도호부」에 "관문에서 서남쪽으로 서림(西林)까지 30리, 서림에서 구룡령까지 40리, 구룡령에서 강릉 경계 인암(印巖)까지 30리이다."는 기록이 있다. 『해동지도』 등 조선 후기 고지도에도 대체로 양양부의 서남쪽에 구룡령(九龍岺)이 묘사되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서면 갈천리에 구룡령(九龍岺)이 영치현명으로 수록되어 있다. 구룡령에서 발원한 서림천이 양양쪽으로 흘러 남대천으로 합류한다. 고개 정상 부근에 산림전시관이 있다.
구룡령 정상에서 짧은 휴식을 하고 양양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안개 낀 구룡령은 길손에게 안전운전의 짧은 경고를 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말 원도 끝도 없이 올라왔다. 양양 해변에 있는 일출 부대까지 원도 끝도 없이 경사길을 내려가 봤다.
정말로 비탈의 진수를 보여준 장쾌한 고갯길이었다. 이곳을 넘던 옛사람들이 호환(虎患)은 얼마나 당했을꼬? 또 인적없는 길에 걸음을 재촉하는 선비에게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안겼을까? 때론 늑대도 출몰했을 것이고, 요사스러운 여우도 선비의 넋을 뺏으려고 했을 것이고, 한 많은 삶을 살다가 원귀로 변해버린 귀신들에게서 벗어나려고 얼마나 큰 고통을 느꼈을까? 그 고통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밟는 길손의 다리에도 느껴진다.
절반 정도를 내려오니 시야에 깨끗한 풍경이 잠시 펼쳐진다. 이렇게 경사가 가파른 고갯길을 어떤 젊은 청춘이 가랑비를 맞으면서 혼자서 자전거 페달을 힘겹게 밟으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 청춘은 어떤 고뇌를 이기기 위해 이런 험준한 구룡령을 넘기로 작정했던가? 길손은 천지신명에게 그의 안위와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젊은이 그것을 꼭 기억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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