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구미 cc - 청룡코스

2018. 1. 6. 12:0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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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겨울 날씨가 고르지 않던 터에 골프장 이벤트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양도받아 오전 라운딩을 하기 시작한다. 작년 4월에 시작했으니 겨울 골프장도 난생처음인데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포근한 편이어서 다행이다. 이 골프장은 두 번째다.

 

 

 

 

 

앞 팀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언땅에 티를 꽂느라 고생한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김수희가 부른 '애모'처럼 티샷 박스에만 서면 평정심을 갖다가도 제정신이 아니다. 누가 닭장 프로라고 하는데 연습장에서 그렇게 호쾌하게 나가던 드라이버가 큰 슬라이스를 내면서 오른쪽 홀의 페어웨이에 떨어진다. 맙소사!! 이제는 징크스가 될까 두렵다. 지금껏 첫 티샷에서 슬라이스 낭패를 보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청룡코스 두 번째 홀인가? 이곳에서도 오른쪽 산으로 날아갔는데 다행히도 행운 볼이 되었다.

 

 

 

 

 

 

 

 

몇 번째 홀인가? 비몽사몽 간인데 이곳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기는 휘둘렀는데 공이 어디 갔나 없어진 것 같았는데 옆에서 똥 볼났다고 웃는다. 그래도 100m 정도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휴~!!

 

 

 

 

 

115m 파 3홀인 것 같은데 9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리는데 성공한다.

 

 

 

 

 

티잉 그라운드가 꽁꽁 얼어서 오른쪽에 있는 저것을 들고 멍석 깔아놓은 곳을 열심히 찍어서 구멍을 내긴 냈는데 티를 꽂으니 헐렁해서 티가 비스듬히 눕는다. 겨울 구멍을 제대로 낼 수도 없고, 제대로 그 구멍에 끼울 수가 없으니 참으로 딱하다. 어렵게 그린에 올려서 가깝게 있는 헐렁한 홀 구멍에도 잘 못 넣으니 이리저리 구멍 때문에 속상한 날이다. 이곳에서도 슬라이스가 나면서 멀리 오른쪽 카트 시멘트길을 맞더니 엄청난 바운드로 튕겨나갔다.

 

 

 

 

 

 

이곳에서도 드라이버로 친 볼이 장쾌하게 날아갔는데 또 오른쪽 숲으로 들어간 것 같아서 멀리건을 받고 또 쳤는데 이번에는 아슬아슬했다. 현장에 가보니 또 행운 볼이 되었다. 올해 행운이 있으려나 보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도르렉홀이다. 이곳에서도 언 땅에 구멍 판다고 욕을 보고 헐렁하게 세워진 티를 요리조리 만지고 얼러고 달래서 겨우 치긴 했는데 이번에는 훅이 발생해서 페어웨이 가장자리에 겨우 얹었다.

 

 

 

 

 

 

파 3홀로 145m 정도라고 해서 일행은 롱아이언으로 공략하고, 길손은 고구마로 공략했는데 그놈의 머리를 자꾸 들어서 망친다. 닭장 프로가 풀밭에 오니 볼이 어느 곳으로 날아가는지 궁금해서 본능적으로 머리를 들고 쳐다보니 탑볼이 나오고, 볼은 매롱하면서 20~30m를 구르더니 연못으로 들어간다. 얇은 얼음이 언 연못에는 길손같은 사람들이 빨간 볼, 흰 볼, 녹색 볼 많이도 올려놓았다. 로스트볼을 갖고 싶지만, 자칫하다가 얼음이라도 깨지는 날엔 그 우세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 포기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길손의 그림자에 티 박스 말뚝이 기묘하게 겹치면서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아랍에미리트 연합 왕세제인지 왕삼촌인지 하는 사람이 쓰는 터번같기도 하고, 아니면, 머리에 흰 동그란 것이 언혀 있는 것이 마치 돌아가신 영혼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 같아서 참으로 기묘하다!!  나무관세음 보살!!

 

 

 

 

 

 

 

클럽하우스를 왼쪽에 두고 돌아가니 마지막 직전 파 3홀이다. 이곳에 오니 갑자기 추위를 느끼면서 7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안착시킨다.

 

 

 

 

 

마지막 홀이다. 이곳은 언 땅에 오줌을 누지 않으면 도저히 될 것 같지가 않다. 얼마나 힘이 센 넘이 앞에 갔기에 오른쪽 구멍 뚫는 꼬챙이 끝을 직각으로 망가뜨려 놓았다. 도저히 구멍을 뚫을 수가 없어서 앞에 간 넘이 뚫어놓은 구멍에 간신히 티를 세우고 속으로 이것이 '구멍 동서'인가 보다 하면서 드라이버를 휘둘렀는데 일행의 찬사가 쏟아진다. 마치 토우 미사일이 적 전차를 향해 날아가는 것 같다. 9번 망하다가 한 번 빛을 본다. 아~! 대미를 장식하고, 이런 기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공을 치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분발해서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을 마감한다.

 

 

 

길손이 드라이브 샷을 하면서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나름대로 복기해 보니

 

 

1. 티를 낮게 꽂은 것 같다. 실제로 그랬다. 땅이 얼어서 멍석같은 것을 깔았는데 그 높이 때문인지 티가 낮다.

 

2. 흥분해서 몸통을 제대로 꼬지 못하고, 성급하게 채를 휘둘렀다.

 

3.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보려고 고개를 빨리 쳐들었다.

 

4. 임팩트하고, 구부린 허리가 아팠는지 몸을 빨리 세웠다.

 

5. 임팩트 후에 왼쪽 팔이 쭉 펴지지 못하고, 굽으면서 팔로우 스루했다.

 

6. 스탠스를 하면서 배꼽과 코가 몸통과 직각으로 앞을 향해야 하나, 공이 있는 쪽으로 가슴 부분이 향하면서 왼쪽 어깨가 열렸다.

 

7. 의욕이 앞선 나머지 몸통을 빨리 돌리고 채를 반박자 늦게 돌렸다.

 

8. 5번을 의식하고, 다음에는 몸통보다 채를 빨리돌려서 몸통밖으로 손목이 나가 버리는 바람에 클럽 페이스가 열렸다.

 

9. 오비가 밥 먹듯이 나서 로스트볼이 많다 보니 비싼 공은 언감생심 사용하지 못하고, 딤플이 다 닳았거나 여름 땡볕에 푹 익었던 볼과 해저드에 빠져서 퉁퉁 불어터졌던 볼을 싸게 사서 사용하니 실력도 없는 주제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골프공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허구헌날 얻어터지는데 프로도 때리고, 아마추어도 때리고, 남자도 때리고, 여자도 때리고, 늙은이도 때리고, 젊은 것도 때리고, 못생긴 年도 때리고, 잘생긴 年도 때리고, 프로는 그래도 정확하게 때리니 덜 아픈데~ 초보 넘은 아무렇게나 후려치니 비껴맞아서 아프기도 더 아프고~ 그넘인들 열 나서 제대로 날아가겠나? 우~이~씨~하면서 제멋대로 날아갔다.

 

 

어느 한 가지 쉬운 것은 없다. 갈비뼈도 부러져 봤고, 극심한 요통도 겪어 봤고, 손가락 껍데기도 숱하게 까져 보고, 이제는 골프가 죽느냐? 내가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