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6. 13:00ㆍ살아가는 이야기
전날 눈이 많이 와서 나무도 눈옷을 입었다. 일본에 오는 눈이나 한국에 오는 눈이나 그 느낌은 같다.
서울 역사(驛舍)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에는 縣과 다른 道가 있는데 그것은 '도쿄 道'와 '북해 道'라고 한다. 이 청사 건물은 1888년 북해도산 벽돌로 건축되었으며, 현재는 문서관, 자료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고, 도지사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지척에 있는 현대식으로 건축된 신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단다.
고색창연한 과거 도지사가 근무했던 집무실에 들어왔다. 낮이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이 없겠지만, 아마도 불이 꺼진 야간 야심한 시간에 이곳에 온다면 분명 가죽 장화를 신고, 긴 일본도를 찬 사람이 눈앞에 어른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21세기 지금도 일본에서는 일본 총리가 총리공관에서 지내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출퇴근한다고 하지 않던가? 총리 공관에서 피살되었던 전직 수상과 군복을 입은 구 일본군 유령이 나타나서 그렇다는 설도 있다는데~ 이곳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길손은 생각한다.^^
역대 북해도지사의 사진이 벽에 돌아가며 걸렸으나 한 면에 있는 것만 찍었는데 도지사들의 사진을 모두 간직해서 저렇게 걸어놓은 것을 보니 역시 일본인답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같으면 친미파, 지한파 등등 갖은 이유를 대면서 사진을 태워버려서 저렇게 한가롭게 걸려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선 시대 지난한 당파싸움으로 1498년(연산군 4)의 무오사화, 1504년의 갑자사화, 1519년(중종 14)의 기묘사화, 1545년(명종 즉위년)의 을사사화로 47년간 4개의 士禍를 겪으면서 조선 중기의 간신배와 모리배가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상대방을 일상적으로 모함하여 자신이 권부를 장악했을 때 이때다 하면서 온갖 이유를 들어 잔인한 정치적 보복으로 서로를 죽이다가 마침내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의 뿌리와 싹을 모두 잘라버려 조선이 더 발전하지 못했던 기구했던 비극의 역사를 보고서도 지금 또 그와 같은 현대판 사화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일본인들이 바다 건너 멀리서 그 꼬락서니를 보고 얼마나 웃고 즐거워할까? 라고 생각하니 참 나도 나라꼴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홋카이도 출신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 2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대부분 에도시대 말기부터 메이지 시대 중기까지의 역사를 다룬 것들이라고 한다. 이 그림도 독특한데 가이드가 힘이 들었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다른 팀 가이드의 설명을 엿들었는데 이번에는 기억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마치 천상(天上)에 앉아 있는 듯한 사람은 북해도로 길(道)을 처음 만든 사람(아이누 族)이라고 하는데 본토의 일본사람들은 아이누를 오랑캐라 불렀다고 한다. 아이누족은 글이 없다고 하는데 그들의 기록이 시작된 것은 1,500년 경부터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이 그림을 보고 길손은 대뜸 아이누족에게 선교하러 왔던 선교사가 선교 소임을 무사히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작별이 아쉬워 '사요나라 사요나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초대 북해도 대학 총장인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와 학생들의 이별 사진이라고 한다. 그림 설명에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라는 말을 했단다.
시간도 없거니와 일제강점기 시대가 생각나서 더 사진을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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