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블록체인으로 가는 길은 열어놔야 한다

2018. 1. 27. 11:36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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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無중개기관·低비용·高투명성
회사 시스템보다 강점 많아… 규제하며 인정할 것 인정해야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 유치해 일자리 창출과 자금 등 모아야


 

변양호 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포도농장을 하는 지인이 말한다. 자신이 생산한 포도가 서울의 백화점에서는 자신이 판 가격보다 3배 이상으로 팔릴 때도 있다고. 우리나라 농산물의 유통마진은 상품에 따라 20%에서 80%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3~4분짜리 유행가를 CD 음원(音源)으로 살 경우 현재 소비자는 99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중 약 50% 정도를 음원 유통회사가 가져간다. 나머지 약 50%를 가수와 작곡자·편곡자·음원 제작회사의 임직원 등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눠 가져간다고 한다. 안드로이드폰에 앱을 올리려면 구글에 상당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할 수가 없다. 중개회사들에 엄청난 수수료를 내야 하는 세상이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은 이들과 달리 '중개기관이 없는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진정한 P2P(개인 간 거래) 방식이다. 음악을 만드는 회사가 음원 관리 네트워크에 음원을 등록하고 소비자들은 그 네트워크에서 직접 음원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990원이 아니라 500원만 주고도 CD 음원을 구매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서는 음원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회사가 없다. 대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가상(假想)의 네트워크 공간만 있다. 여기서 음원과 저작권의 내용,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음원 거래 사실이 다수의 분산장부 기록자(비트코인의 경우 채굴업자라고 불린다)에게 전달되고 관리된다.

블록체인에서는 다수의 분산장부 기록자들이 장부(帳簿) 관리를 잘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 코인(가상 화폐)이다. 물론 특정 블록체인의 경우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장부 관리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코인 발행이 필요 없다. 하지만 외부인들이 장부 관리를 해야 하는 블록체인에서는 코인 발행이 필요하다.

코인을 발행하는 블록체인에서는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 화폐 공개)를 통해, 즉 코인을 발행해서 기초자금을 모은다. 그 자금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장부관리자들에게 코인을 지급한다. 사업의 주체들도 상당량의 코인을 보유한다. 코인값이 오르면 그들도 돈 버는 구조이지만, 코인값이 언제 오르게 될지 아직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사업모델로선 큰 약점이다.

블록체인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것이 많고 중개 역할을 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는 지금의 공룡 회사들과 투쟁도 해야 한다. 그래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모델이 성공한다면, 현재의 주식회사 모델보다 우월한 점이 많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고, 모든 거래 내용이 기록되는데 그 기록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회사 시스템보다 더 투명하고 민주적이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세상이 바람직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 우리도 시도는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코인을 인정하고 ICO를 허용하면서 관리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으로 나가야 한다. ICO는 사업을 하기 위해 남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하나이므로 금융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두가 '묻지 마 투자'라고 해서 규제만 하면 미래를 올바로 열지 못한다. 다른 나라들이 머뭇거릴 때 우리가 먼저 규제도 분명하게 하면서 인정할 것은 확실하게 인정하면 좋다. 전 세계 블록체인 회사들이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게 만들면 더욱 좋다. 미래도 열고 자금도 모으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최근에 정부는 코인 거래에 실명 거래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했고 거래소 운영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시 공표해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거래나 거래 차익에 대한 과세, 국외 유출입에 대한 국세청 통보의무 부과, 그리고 불 법거래나 불법재산 이동에 대한 형사처벌 등도 추진해야 한다. 코인 거래시간도 제한하고 ICO도 IPO에 준하여 관리해야 한다.

거래 수수료를 떼어 큰돈을 벌고 있는 현재의 가상 화폐 전문 거래소는 중개기관을 없애고자 하는 블록체인 정신에 역행한다. 진정한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진화되어야 한다. 아니면 증권거래소에 중개 기능을 맡기는 것이 낫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6/20180126028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