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대사와 콧수염

2018. 8. 5. 11:1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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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대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해리 빈클리 해리스 주니어(Harry Binkley Harris, Jr)대사는 1956년 8월 4일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의 아버지 해리 빙클리 해리스 Sr.는 미 해군 중위(Lieutenant Junior Grade)로 퇴역한 직업 군인이며, 어머니 후미코 해리스(오노)는 일본인으로 주일미군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는 대사로 부임하기 전에 미 해군 소속 태평양사령부의 제24대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하였다.


그가 현역시절에는 콧수염을 기르지 않다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되자 갑자기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콧수염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보좌관 존 볼턴(John Robert Bolton)이 강경파로 맹활약하는 가운데 그도 강경파이니 그처럼 콧수염을 기르고자 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일본계인 그가 기른 콧수염을 보노라니 일제강점기의 일본 남자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당시 대개의  일본 남자들은 얄밉게 보이는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는 자신의 의상이나 넥타이로 자신만의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조폭이 문신을 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경우와 비슷하다.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되었을 때 어떤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그가 일본계 미국人이어서 한국에 대사로 부임하는 것이 약간 조심스럽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혹시나 일본계인 해리스 대사가 한국에 부임하면서 마치 일제강점기의 일본군처럼 한국인에게 점령군처럼 군림하려고 하는 그런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그렇게 콧수염을 기르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 천황 故 히로히토(仁)






맥아더 장군과 히로히토






도조 히데키(機)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매파’ 해리스, 콧수염 기르고 주한미국대사 변신




지난달 29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트위터에 콧수염을 기른 정장 차림 중년 남자의 사진이 올라왔다. 한국과 직원들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는 해리 해리스(62) 신임 주한 미국대사였다. 7일 입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웬 콧수염이냐’는 질문에 그는 “군인이 외교관이 됐다. 신선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얼마 전과는 정말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답했다.

4성 해군 제독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군인 시절 대북 매파(강경파)로 분류됐다. 태평양사령부(6월부터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 사령관이던 올 2월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때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 중인 북한 대표단이 ‘매력 공세’를 펴고 있다며 “한미가 북한에 매료돼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중국의 패권 욕망을 견제했던 인물이 해리스 대사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섬의 12해리(약 22.2㎞) 이내 해역을 미군 군함이 항해하게 하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도 그가 주도한 작전이다. ‘힘 쓰기’를 꺼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외교적 해법을 부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상황과 임무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달 14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발언이 어느 정도 증명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기 위한 훈련 일시 중단은 가능하다”고,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이 없으면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도 필요 없다”고 했다.

일본계인 그가 부임하기까지 근 1년 반 주한 미대사 자리는 초유의 공백이었다. 이 기간 한국계인 빅터 차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대사로 지명됐다 올해 초 석연찮은 이유로 낙마하는 곡절도 있었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내 경력 처음으로 평화가 가능한 곳에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봄은 아직이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