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4. 18:39ㆍ재미있는 동물세계
오늘 산책길에 정말 색다른 경험을 했다. 원래 까치는 짐승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높은 나무에 짓기 때문에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도시 농부가 재배하는 작은 벚나무에 까치가 둥지를 틀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바닥에서 4~5m 높이나 될까? 경험이 없는 까치인지 아니면 먹이가 많은 곳에 둥지를 지음으로써 발품을 적게 팔려는 의도일까? 까치가 지능이 높으니 후자에 가깝겠다.
나무 둥치에 신발을 대어본다. 정말 오르기 쉬운 나무였다.
두어 번의 발디딤으로 까치집까지 순식간에 올라갔다. 주변에 포도나무가 많으니 포도밭 주인이 전정해 놓은 포도 나뭇가지가 눈에 띈다. 벚나무 나뭇가지가 가늘어 길손의 체중과 바람 때문에 많이 흔들린다. 이 포스팅을 보고, 동물 보호론자들이 침을 튀기면서 길손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까치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길조가 아니다. 과수원의 사과같은 열매를 쪼아서 농민의 노고에 상처 입히고, 전봇대에 집을 지어서 정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변에 복숭아 나무와 포도나무가 있으니 일단은 이 까치는 주변 농민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봐야 하며, 분명히 유해조수라고 본다.
까치집 근처에 오르니 흔들리는 나무에 놀랐는지 아니면 제 어미가 온 것으로 착각했는지 안에서 새끼가 내는 작은 소리가 들린다. 출입구가 반대에 있는지 안이 보이지를 않아 손으로 까치집을 조심스럽게 벌려 본다. 견고한 느낌이 온다. 보통의 새들은 지붕이 없어서 비가 오면 그대로 비를 맞는데 까치는 지붕까지 만들어서 폭우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머리가 좋은 새가 집도 잘 짓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까치집에 대해서는 '집짓기의 명수 까치'
달내일기(120)-까치집의 정교함과 과학성에 놀라다.
[정판수님의 '달내일기'에서 퍼왔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10490
[중략] 원래 까치집은 둥지로부터 50m 이내의 나뭇가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나의 둥지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뭇가지 수는 대략 1,000개 안팎이고, 길이는 한 자(30㎝) 정도에, 굵기는 지름이 0.5~1cm쯤 되는 나무를 이용한다. 그리고 둥지의 재료로 사용하는 나뭇가지는 소나무, 참나무 등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있던 까치집은 감나무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낙엽송과 뽕나무가지가 섞여 있었다.
둥지를 만들 땐 나뭇가지로 기초를 쌓고 그 안에 진흙과 마른풀로 굳힌다. 그런 뒤 둥지 옆면에 자기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한 개 또는 두 개의 출입문을 만든다. 알 낳을 때가 되면 마른풀이나 부드러운 마른 나무껍질을 깐다.
얘기로 전하는 건 간단하고 쉽다. 그런데 진흙이 다 떨어져나가고 나뭇가지로만 된 집을 들었을 때 까치란 새를 다시 한 번 더 보게 됐다. 처음에 진흙이 있기에 집이 안정되게 유지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비 때문에 진흙이 다 떨어져나갔음에도 전혀 망가지지 않은 채 들리는 게 아닌가.
나뭇가지의 엮음이 단순한 엮음이 아니었다. 한 가지가 다른 가지를 걸고, 그 가지를 또 다른 가지가 걸고 … 이렇게 가지와 가지가 서로 걸고 엮어, 흔히 쓰는 말로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여 웬만한 충격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받침대 없이 나뭇가지만 두 갈래로 벌린 곳에 둥지를 짓고 있자면 안정성이 가장 문제였으리라. 10여 미터 높이에서 큰비와 폭풍에도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엮음에 있었던 것이다.[후략]
까치집 중간 밑부분에서는 진흙으로 마치 바가지처럼 만든 둥지가 있다. 안에는 자신의 털뿐만 아니라 다른 새의 털과 섬유조직도 보인다. 까치 새끼 두 마리는 제 어미가 온 줄로 알고 빨간 입을 크게 벌린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지 못하겠다.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가는 나뭇가지에 두발로 버티고 찍으려니 그 찬스를 번번이 놓친다. 아니 추락할까 봐 겁이 나서 더는 못하겠다. 집에서 이렇게 소란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까치 부부는 멀리 출타했는지 감감무소식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벌렸던 부분은 어미 까치가 와도 모를 정도로 깜쪽같이 원상회복하였습니다. 걱정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생명을 가볍게 여기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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