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4. 13:30ㆍ취미이야기
세종시에서 출발하여 꼭 오고 싶었던 '계룡대 체력단련장' 입구에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위병소로 알고,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가까 가서 보니 위병소가 아니다.
오늘은 바람도 불고, 날씨도 제법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곳 계룡대 체력단련장을 찾았다.
클럽하우스 앞에는 1t 화물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것 같았는데 목욕탕을 이용할 수가 없으므로 만 원 할인해준다나 어쩐다나~
라커룸이 없으니 아예 집에서 골프 복장을 하고 오거나 저 파란 컨테이너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임시 휴게실이 간이 천막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대구 스타디움에 있었던 드라이버 스루 선별검사소처럼 생겨서 기분이 조금 그랬다. 파란 컨테이너에서 갈아입어야 한다.
간이화장실도 비치되어 있다.
우리는 청룡 코스부터 시작한다.
많이도 밀렸다. 우한 폐렴이 극성인 가운데 골프 하러 온 사람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젊은 사람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늙은이들이 많다. 아직 대전지역은 코로나의 위력이 약해서 그런지 마스크로 중무장한 사람은 거의 없고, 얇은 목도리를 위로 올린 정도다.
조국(祖國) 수호를 위해(曹國 수호가 아님에 유의) 고생하신 예비역들이 싼값에 운동하는 것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너무 한 점도 많다. 주말 그린피는 일반인 기준으로 12만 원(카트비 포함)인데 예비역이나 그 배우자는 거의 1/4수준인 3만 몇천 원이고, 9홀 체력단련장은 2만 몇천 원으로 소위 껌값이다. 그러니 일주일에 두번씩 신청하고 쳐대니 대도시 주변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치는 것은 (멤버들이 중복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거의 로또 수준이고, 라운딩이 끝나고 목욕탕에 가면 할배들이 대부분이다. 할배들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겠지만, 할배 할매들이 허구헌날 골프만 치러 다니니 그것도 별로 보기가 그렇다. 80 가까이 되신 할배나 할매는 파크 골프 하면 어떻겠나?? 오늘도 우리 앞 팀에는 70대후반으로 보이는 키가 작달막하고 똥똥한 할매가 있는데 드라이버를 드는 것도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연세가 들면 행동이 굼뜨니 자연적으로 라운딩 속도도 느리다. 이 글을 혹시 대한노인회에서 읽고 노인 폄하로 고발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군 체력단련장은 대체로 벙커가 적고, 페어웨이가 넓다. 장군들이 OB를 내거나 벙커에 공이 빠지면 창피하니까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캐디가 어느 쪽을 겨냥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라운딩 마치는 끝까지 그랬는데 우리 담당 캐디가 귀찮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곳을 목표할 필요도 없고, 대충 중앙으로 내지르면 모두 페어웨이에 떨어지게 설계가 되었다. 계룡대 체력단련장에서 만약에 OB를 서너 개 내었다면 골프채를 부수고 골프계에서 은퇴해야 한다.
와우!!~~ 신이 난다. 마치 경비행기 활주로 같다. 이래서 북한군의 AN-2기가 못내리게 중간에 벙커를 해놓았다는 둥 했는데 정말 멋지다. 오늘은 드라이버도 쭉쭉 앞으로 나간다.
주변 산세가 멋있어서 뒤돌아본다.
계룡산 상봉이 멀리 보인다. 그 산 너머 왼쪽 밑에는 길손의 처가가 있다.
오후 티업이어서 바람이 많이 부니 공이 날아가다가 뒤돌아 온다. 오른쪽 핀이어서 조금 길다. 25도 고구마로 쳤는데 왼쪽으로 틀어진다.
이곳은 13번 파 5홀이며, 오른쪽으로 휘는 도그렉 홀이다. 중앙 약간 오른쪽에 있는 나무를 넘기면, 그 뒤에는 신천지(新天地)가 나온다. 길손도 그 나무를 넘겼다.
행동이 굼뜨니 저렇게 사정없이 밀린다. 쩝~~ 이러다가 해 넘어 가겠다. 바람은 불고, 날씨는 자꾸 추워지는데
우리 팀에서 두 사람이 오른쪽으로 티샷이 밀렸는데 모두 굴러 내려왔다. 웬만하면 OB가 나지 않는다.
뻥 뚫린 활주로가 나왔다. 16번 파 4홀이다. 중앙이 자신 없으면 오른쪽으로 보내라! 그러면 공이 알아서 내려온다.
17번 파 4홀은 오른쪽으로 휘는 도그렉 홀이다. 오른쪽 끝에서 그린을 보면 약간 오르막 포대 그린으로 보였는데 160m 정도를 남기고 25도 유틸리티로 공격했으나 바람의 저항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헤저드의 작은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그린도 어찌나 경사가 있는지 3퍼트인지 4퍼트인지 했다. 오늘은 파 4홀에서 두 번이나 투온으로 그린에 올렸으나 퍼트 난조로 트리플 보기를 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
계룡(鷄龍)지역의 풍수지리 안내판에는
'계룡'의 이름은 1393년 음력 정월에 무학대사가 이태조와 함께 좌우산세를 살펴보고, [이 산은 한편으로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 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요. 또 한편으로는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 :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니 두 주체를 따서 계룡(鷄龍)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하여 이때부터 계룡이라는 지명이 유래 되었으며, 특히 풍수지리적으로도 이 지역은 정기(精氣)가 많이 서려있는 곳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음.
육군본부 등이 있는 이 신도안 지역은 예로부터 산에서 물이 흘러도 이끼가 끼지 않는 영험한 지역으로 알려져서 전국에서 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무당들이 많이 들어와서 살았는데 이들은 다른 곳으로 소개(疏開)시키고자 공무원들이 강제집행하는 과정에서 바위 사이를 펄펄 날아다녀 '신도안 타잔'이라고 불리던 자에 의해 여러 사람이 살해당해서 경찰이 그를 추적하였으나 타잔처럼 몹시 날렵하여 그를 체포하는데 여러 날이 걸린 것으로 길손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래서 신도안이라고 하면, 그 타잔 생각이 난다. 아마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영험한 곳에서 공을 치니 공은 더욱 계룡의 정기를 받아 펄펄 살아서 날뛴다.
18번 파 5홀은 전장이 499m로 Longest 측정 지정 홀이다.
시원스럽게 트인 곳에서 마음껏 드라이버를 내질러도 OB가 잘나지 않지만, 설사 OB가 나도 기분이 좋을 듯한 홀이다.
그린에서 18번 홀을 뒤돌아 본다.
이곳에서 실수했다. 그만 공이 거센 바람에 왼쪽으로 높이 솟았다가 헤저드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공을 한 개 분실했다. 이제 골프 세월이 흐르니 10개 정도 잃었던 공을 이제는 잃지 않거나 잃어도 한 개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다.
해가 넘어가니 바람도 거세고, 공기도 매우 차다. 패딩까지 입고 공을 치려니 날렵하지 못하다.
바람이 맞은 편에서 거세게 불어오니 날아가는 공이 되돌아오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그린에 못 미치고 볼이 떨어진다.
8번 홀에서 9번 홀로 넘어가는 사이에는 정감 이심 도신 송덕비(鄭鑑 李沁 道神 頌德碑)가 있었는데 그 내용은
정감록(鄭鑑錄)은 조선초기(1390년대)의 정도전 설(說)과 조선 중엽(1670년대)에 지어졌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씨 조선의 조상인 이심(李沁)과 그 대흥자(代興者)가 될 정씨(鄭氏)의 조상인 정감(鄭鑑)이 팔도 산맥의 운이(運移)를 풍수지리학 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써 한양의 운수가 다한 후에는 도읍지의 기운이 계룡산(鷄龍山)으로 이어져 정씨가 계룡산 밑에 도읍을 세우니 계룡산 시대는 8백년을 간다는 설이 있는 내용의 비석임.
비대석과 가첨석은 자연석으로 하였고, 비신석은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같이 라운딩한 연세가 지긋한 분의 마지막 티샷! 역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거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라운딩하면서 보니 150~170m 언저리를 친다. 나도 10년 후에는 저렇게 되겠지? 그렇게 되기 전에 목표로 한 싱글을 해야 하는데 낙조가 내리는 마지막 홀처럼 을씨년스럽지는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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