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2. 21:12ㆍ감동이 있는 이야기
오늘 다음 아고라에 "인터넷 설치기사가 만난 사람들" 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입니다.
착한 청년의 글이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물결치게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이런 젊은 청년들이 있기에 아직은 삭막한 세상에 한줄기 서광이 비칩니다. 그리고 희망도 보입니다.
버스에서, 길에서, 공원에서 남 의식하지 않고, 도를 넘는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하는 버릇없고 개념없는 젊은이들과는 분명 큰 대조를 이룹니다.
[ 원 글]
이글은 그냥 잠안오는 밤 그냥 생각대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써내려가고 있는 글입니다.
뭐... 주제도 없고, 교훈도 없을 뿐더러, 재미까지 없을 수 있으니...
'아니다 이 섹히...-_-;;' 하는 생각이 드시면 언제든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저는 인터넷 기사 '였었'습니다.
대학을 휴학하고, 복학을 준비하려고 하니...
IMF로 인하여 집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가 없는 형편 이었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던중
'KX 인터넷 설치기사 모집-1만원/건, 초보자도 하루세건은 함' 이라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한달 25일을 일하면 25X3=75... '일딴 편의점 보다는 많타!' 라는 생각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다행히 군대서 통신병을 하였다 하고, 대학생이라하니까 선로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셨는지
합격이 되었습니다. 오예~
뭐... 통신병이었으나 무전병이었다는 말과-_-;;
대학생이나 계산기도 버겁게 다룬다는-_-;; 사실은 목구멍에서만 맴돌았죠...
그렇게 시작한 설치기사 일을... 6개월 일하고 6개월 복학을하고 다시 6개월 휴학하고 일을하고
다시 6개월 복학을 하고... 이렇게 5년이란 세월을 보냈습니다.
인터넷 설치기사라는게 항상 처음보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한시간 가까이 방안에서 컴퓨터를 만지작
거려야 하는 직업 이다 보니, 처음에는 이사람집 저사람집 다니며 사는 모습을 보는게 좋았습니다.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첫번째, 밥차려 주시는 할머니...
한창 바쁠땐 하루에 열집 이상을 돌아야 합니다. 아 물론 10만원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는
무상A/S도 있고, 설치가 안되는 집도 있고 기타 등등이 많아 운이 좋으면 6~7건을 하는데... 그나마도
한달내 해지를 하면... 설치비가 나오지 않아... 생각같은 때돈!!은 안됬습니다.
8시에 출근해서 오더를 받고, 전화를 일일이 드려 시간약속을 잡고,
장비를 수령하고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9시를 보통 넘깁니다. 방문해 달라는 시간도
제각각이라 황량한 동네를 하루에도 몇번씩 가로 지르며 점심을 굶기 일수죠...
그날도 아마 길거리표 햄버거를 우걱우걱 씹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설치를 갔을 겁니다.
90도 배꼽인사를 하고(설치후 해피콜에서 기사평가를 하는데... 불친절 뜨면... 곤장을 맞을수도 있습니다.)
들어가서 인터넷 설치를 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출근했는지 젊은?할머니혼자 계셨습니다. 컴퓨터가 있는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사부작 사부작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설치를 한창하고 있는데... 밥상을 들고 들어오시더라구요...
'젊은이... 먹고하지?'
'허걱'
머슴밥 처럼 고봉으로 쌓은 밥이 새로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 반찬도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국과 밥이 한개인걸 보면 저만 먹으라고 일부러 지으신 밥이었습니다. 차마 '어르신 제가 오기전에
햄버거를 우걱우걱해서 배가부릅니다' 라고 말할수가 없더군요... 또 배는 불렀지만 어르신의 정성이
배속의 햄버거를 '좌우로 밀착'시키겼습니다. 우물쭈물하던 제가... 밥숟가락을 드는 것을 보신후에야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고마운 마음에 남김없이 밥을 먹는데 목이 메이는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런분이 아직도 계시는 구나 ^____________^'
하지만 밥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들분이 드시는 보약이라며 대접에 보약을 데펴다 가져다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젊은이 기술이 좋쿠먼, 힘든일 하는것 같은데 몸이 재산이여...'
'허걱'
그 당시에는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일단 먹고 마시고 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어르신이
차려주신 밥상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다신 뵙지 못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른신~
두번째, 합동설치...
KX인터넷은 전화국과의 거리가 인터넷 품질과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전화국에서 직접 신호가 나가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우면 신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중간에 기지국
같은것을 많이 설치해서 그러한 현상이 없는곳이 대부분 입니다. 광고하는거 같지만... 욕을 먹는게 KX에
소송당하는 것보다 나을것 같기에...ㅠㅠ)
제가 있던 전화국에는 전화국에서 먼... 그것도 상당히 먼 지역에 소위 말하는 달동네가 위치 하고 있습니다.
곧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던 지역이기 때문에... 선로에 대한 정비나 투자가 빈약한 곳이었죠.
한번은 그곳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갔습니다. 주소가 '산108번지 아무개씨네 댁' 이렇게 나옵니다.
오토바이를 몰고 산108번지 통장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아무개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를 왔다고 하니
저를 데리고 직접 집으로 안내를 해 줍니다. (지번이 없기 때문이겠죠...)
정말깜짝 놀랐습니다.
대문이자+현관문이자+안방문인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실내로 들어가니...
두평남짓 되는 방 입니다.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주방은 방문옆에 버너가
놓여져 있는게 전부 였습니다.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거기서 세식구가 산다고 합니다.
원래는 제법 살았는데 IMF에 아저씨의 사업이 망하고 집은 경매에 들어가고 세간살이만 겨우챙겨서
도망치다 시피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없는 살림 이지만, 아들은 공부를 시켜야 겠기에 인터넷을 신청
하신다 합니다. 컴퓨터는 다행히 들고 나오셨는지 집과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최신형 컴퓨터 입니다.
집밖에 선을 끌어다 모뎀에 붙히니... 신호가 잡히지 않터군요... 그래서 전봇대에 올라가 선을 끌어왔습니다.
그래도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오래된 선들이 정비도 안되고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물을 많이
먹은것 같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내려와서... 말씀을 드렸죠.
'아주머니 인터넷 신호가 잡히질 않네요... 설치가 불가능 합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눈물을 훔치십니다. 제앞이라 그런지 목놓아 울지는 못하시고 흐느끼시며
부모를 잘못만나 아들이 공부를 못한다며... 저는 어쩔줄 몰라했고 아주머니는 몇분을 우시더니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사실... 우리를 부르기 전에... 다른 인터넷 설치 업체도
불렀는데... 지번만 듣고는 설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방문해서 한시간 넘게
애쓰셨다며... 저한테 오천원짜리 한장을 건네 셨습니다.
뭉클 하더군요...
'안받으면 더 섭섭하니까 꼭 받으시고 담배값이나 하세요...'
돈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해봤습니다... 받아서 돌아가기도 뻘줌하고, 그렇다고 성의를 무시하는것도
도리가 아닌것 같았습니다.
'뭐 조카같은 녀석을 위해서... 하루쯤 투자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머니 제가 한시간 단위로 하루종일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구요...
내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다시 한번 오겠습니다. 내일 개통이 되면 그때 받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달동네를 내려오면서... 전봇대 숫자를 세어 봣습니다. 아랫동네까지 족히 10개가 넘는
전봇대가 있더군요... 평균 20~30미터 단위로 세워져 있으니까 한 300미터면 될것같았습니다.
다음날아침, 소장님께는 '오늘 한건만 설치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들 드렸죠. 첨엔 황당해 하시더니...
뭐, 건당 돈받는 녀석이 일을 적게 가져가겠다는데... 크게 말리시지는 않더군요... 또, 나름 좋은일이라
생각하셨는지... 선뜻 케이블 한박스를 내어주십니다.
오토바이에 모뎀 한개와 케이블 한박스를 실고 달려갔습니다.
'오늘 전봇대 10개를 타야한다 -_-;; 이악물고 타자! '
아침일찍 방문을 두드리니... 아주머니가 나오십니다.
'밑에 동네에서부터 선을 끌고 와야 하니...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좀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옆 평상에 앉아 장기나 바둑등을 두고 계시던 아저씨들이 그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아무개씨네 댁에 인터넷 설치해?'
'그럼 우리가 도와야지~'
하시더니... 동네 어디선가에서 사다리등등을 꺼내 오십니다. 제가 더 어리둥절 합니다.
당시는 IMF로 일용직 근로자분들이 새벽에 일을 못구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분들 인거 같습니다. 그중에는 전기 기술자 분들도 계시고... 형님 뻘 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랫동네에서 선을 이어온다는 말씀들 들으시더니... 전기기술자 한분이...
두명이 양쪽에 전봇대에 올라가고 한병이 선을 올려주면... 금방 될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랫동네에서 인터넷 신호가 들어오는 선을 찾고... 아저씨들이 선을 전봇대에 묶습니다.
좌충우돌 우왕좌왕... 처음 해보는 작업인지라... 빗자루를 장대에 묶어 선을 끼워 올려보기도 하고
뭐가 잘 안되면... 이래라 저래라 소리를 질러가며 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정말... 8시간을 모두 쓸 각오로 왔는데... 두세시간만에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제가 더 어리둥절 했습니다.
아저씨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장기를 두려고 합니다.
아주머니는 그런 관경에 또 우십니다.
아주머니가 다시 내민 5천원을 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데... 저역시 눈물이 날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배운 하루 였던것 같습니다.
--------------------------------------------------------------------
정규교육은 받았는데... 한글을 못깨쳐서... 오타가 많을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교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진짜로!! -_-;;)같은데... 늦은시간이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요~
깜짝 놀랐습니다. 제글이 메인이라니!!
제글을 기분좋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글이 실화인지? 소설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몇자 더 첨언을 합니다.
이글은 몇몇 미사어구-_-;;를 제외하고는 제 실제 경험을 그대로 써내려 간 것입니다.
다만, 길이 글어질까 염려되 생략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에게 그날 다른 A/S와 일거리를 다 빼주시고 케이블 한박스를 내주신 소장님...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매일 투덜대며 100원씩 넣고 뽑아먹던 사무실 미니자판기의
동전들과 개인 사비를 털어 제가 말씀드린 달동네 '사랑의 밥집'이란 곳에 매달 기부를
하고 계셨습니다. 익명으로 기부하고 계시던중 어떤일이 계기가 되어 저만 알게 되었지요.
마지막까지 이순신 장군처럼 '나의 기부를 세상에 알리지 말라던...-_-;;' 소장님의 당부는
오늘 깨집니다. ㄴ ㅑ ㅎ ㅏ ㅎ ㅏ
감사합니다.
댓글에 제가더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행복하세요~
'감동이 있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혼으로 찬불가를 부르는 비구니 스님!! (0) | 2011.08.19 |
---|---|
자선 마라톤에 스스로 참가했던 기특한 개 (0) | 2011.07.30 |
[스크랩]저는 39세에 사랑받지 못하는 주부입니다 (0) | 2011.06.04 |
짐승들도 느끼는 뭔가가 있다!!! (0) | 2011.05.27 |
후미와 모린호르(khoomei & morin khuur), 그리고 낙타의 눈물!! (0) | 2011.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