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7. 21:43ㆍ감동이 있는 이야기
소나 다른 짐승에게도 열등한 동물이라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내가 어릴 적 살던 시골마을에는 30년 전쯤에 작고하여 지금은 계시지 않는
먼 친척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아마 살아계신다면 90세가 넘었을 것입니다.
그 분은 농사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장날이면 달구지를 끌고 30여리 남짓 떨어진 읍내장에
이웃사람들이 5일장에 내다 파려는 나락이나 쌀, 콩 같은 곡물들을 실어나르고, 그 삯을
받아 용돈을 벌어 쓰시곤 하였지요
그 분은 약주를 참 많이도 좋아하셨습니다. 장날이면 술에 취하지 않는 모습으로 귀가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가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이어서 지금은 시멘트로 넓고
견고하게 놓여진 집앞에 있던 작은다리는 그땐 개울위에 굵고 긴 나무를 걸쳐놓고, 작은 나뭇가지와 청솔가지를 인근 산에서 베어와서 그 위에 놓은 다음 흙을 덮어 다리고 사용하였는데 다리의 폭이 달구지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가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습니다.
당시와 같은 달구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사라졌으나 북한의 사진에서 가끔씩 보이는 나무로 만든 바퀴를 단 그런 달구지였습니다. 몇년 후에는 고무타이어로 바꿔 달았답니다.
달구지축과 바퀴가 연결된 곳에는 베아링 대용으로 검은 콜타르가 윤활유 대신으로 시커멓게
칠해져 있었고, 소로 끌면 가장자리에 철판으로 덧댄 바퀴는 위태로울 정도로 비틀 비틀하면서
끌려갔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때를 아십니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날은 소의 고삐를 잡고 늦은 밤 읍내 5일장에서 돌아오십니다. 그분은 말씨도
조근 조근하고, 별명이 "잠자리 포수"로 여러사람들의 놀림을 당할 정도로 땅 무너질라 조심 조심 걷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어쩌다가 대취를 하신 날도 가끔 발생을 합니다.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올 기미가 안보입니다.
그 분의 아내와 노모는 초저녁부터 걱정스럽게 마을어귀에 나와서 기다립니다.
밤 아홉시가 넘은 시각 저 멀리서 나지막한 소의 요랑(워낭)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까이 달구지가 다가왔을 때 달구지를 보니 달구지를 이끄는 아저씨 없이 소 혼자 달구지를
끌고 온 것입니다.
늙은 암소는 달구지를 끌고 험하고 먼 산길 30리 비포장 좁은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지나온 길에는 엄청나게 길고 큰 저수지도 있고, 낭떠러지도 있었는데...
달구지 위에는 작은 보따리와 함께 아저씨가 술에 취해 모로 누워 잠들어 있었습니다.
소 혼자서 아저씨를 태우고 그 먼 길을 깊 옆에 바퀴가 빠지지도 않고 무사히 온 것입니다.
그 후로도 그런 일은 여러번 있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묵묵히 우리 집의 논과 밭도 갈아주고, 장날마다 달구지를 끌었던 살이 붙지 않고 엉덩이뼈가
불쑥 나왔던 늙은 암소가 오늘 갑자기 기억이 납니다.
한달 째 구슬프게 울어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순심"이란 암소입니다.
어미와 떨어져도 일주일이면 잊고, 울음으로 그친다는 소가 한달 째 우는 것이 심상찮습니다.
1개월 전에 순심이와 같이 지내던 순심이의 엄마소를 다른 곳에 팔아버렸다는군요
그 어미를 잊지 못해서 저렇게 목이 쉬도록 웁니다.
취재진이 어미소의 사진을 찍어와서 순심이에게 보여주자 울음을 그치고, 사진을 바라봅니다.
우는 소 외양간 벽에 사진을 걸어주자 혀로 햝으면서 엄마를 아는 것처럼 바라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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