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5. 14:33ㆍ감동이 있는 이야기
일요일 아침이면 SBS의 동물농장 보는 것이 나의 작은 즐거움입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게 뭐 볼 것이 있나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미물인 짐승도 사고능력이 있고, 전하는 메시지도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오늘 아침(5월 15일)도 동물농장을 보았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지만 이것 땜에 일어납니다.
카메라 앵글이 몰골이 말이 아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면서 거리를 지나는 한 성견을
보여줍니다. 몸은 깡말랐고, 눈밑으로는 눈물인지 진물인지 볼을 타고 흘러내려 거무튀튀한 흔적을
남기고 있고, 조그만 돌부리도 피하지 못하고 걸려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항상 많이 본 장면인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유기견이 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몰골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걷던 개가 어느 집 대문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마침 막 들일 나가려는
주인 아저씨의 경운기에 칠뻔 한 것을 PD가 개입하여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PD가 대문에 들어서서 안 주인에게 "이 개의 주인입니까?"라고 묻습니다.
그 여자분은 자기 개가 맞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PD도 첨엔 나처럼 생각하였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주인이 개에게 먹이도 주지 않고, 학대를 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지레 짐작을 하면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놀랍게도 그 개는 주인 여자분의 2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돌보던
진돗개인 진돌이였습니다.
안 주인이 그런 개가 측은하여 고기와 뼈를 넣어 끓인 고깃국을 숟갈로 떠서 진돗개의 입에
가져다 대어 먹이려고 하여도 도무지 먹을 의사가 없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외면을 합니다.
바깥은 차량도 많이 다니는 길이라 위험하여 대문을 닫아 가두려고 해도 그냥 서서 있기도 힘든
몸으로 대문을 머리로 밀치면서 또 나갑니다. 집에두면 머리를 벽에대고 그대로 장승처럼 서 있으니
주인도 딱하여 대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는군요
카메라가 비칠 비칠 쓰러질 듯, 넘어질 듯 천천히 비틀거리며 가고 있는 진돌이의 뒤를 쫓습니다.
먼저 동네 방앗간을 갑니다. 방앗간을 둘러보고 할머니가 없자 힘없이 되돌아 나옵니다.
방앗간 주인이 " 방앗간이 할머니들이 고스톱도 치고, 만나서 노시는 본부였습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다음은 작은 사찰을 들리네요 그 사찰도 할머니가 생존하셨을 때 매일 들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진돌이를 묶어 키우려는 자식 내외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돌이의 편을 들고,
항상 목줄없이 밖으로 데리고 다녔답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한마디 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버스 아홉 정거장 정도 떨어진 먼
장례식장까지 진돌이가 찾아와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네요. 할머니 문상을 하였나봅니다.
할머니의 며느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사진을 진돌이에게 보여주자, 진돌이는 고개를 들고,
한참 하염없이 쳐다 봅니다. 할머니를 2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을 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할머니와 같이 다녔던 길을 걸어서 할머니의 자취를
찾으려고 오늘도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길을 떠나는 진돌이~
동물병원 수의사는 진돌이의 건강상태를 진찰하고는 신부전이 심하다고 합니다. 신장 기능이
거의 정지상태라고 하더군요. 어떤 조치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수의사의 주사를 맞고 난 진돌이는 초견(?)적인 힘으로 다시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닌 할머니를 찾아서!!!
자랑이 아니라 난 영양탕이라 불리우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반갑게 주인을
따르며, 어려운 순간에도 인간처럼 배신하지 않는 개의 한결같은 사랑과 가족이나 다름없는
개를 식용으로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이 죽어서 처음 윤회하여 태어나는 것이 개라는 말도 있습니다. 조건없이 주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견공들이 이번 여름 복날에는 수난당하는 일이 줄어들길 기대해 봅니다.
(보신탕을 좋아하시는 분들을 경멸하는 것은 아니오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양희은이 부르는 "백구"라는 노래는 작곡가 겸 가수인 김민기가 예전에 동료의 집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우연히 동료 여동생이 쓴 일기를 넘겨보게 되었답니다. 흰 털을 가진 개, 즉 ‘백구’의 죽음에 대한 슬픈 기록이 적혀 있었던 일기였답니다. 그 일기장을 보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 김민기는 9분에 해당하는 긴 곡을 작곡하게 됩니다. 그것이 ‘백구’라는 곡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가사]
1절
내가 아주 어릴때 만나 우리집에 살던 백~구
해마다 봄가을이면 귀여운 강아지 낳았지.
어느 해의 가을엔가 강아지를 낳다가
가엾은 우리 백구는 앓아누워 버렸지.
나하고 아빠 둘이서 백구를 품에 안고,
학교앞의 동물 병원에 조심스레 찾아갔었지.
무서운 가죽줄에 입이 꽁꽁 묶인 채
멍하니 나를 빤히쳐다봐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
하얀옷의 의사 선생님 큰 주사 놓으시는데
가엾은 우리 백구는 너무너무 아팠었나봐
주사를 채 다 맞기전 문밖으로 달아나
어딜가는 거니 백구는 가는 길도 모르잖아
<후렴>긴 다리의 새하얀 백구 음~~~~
2 절
학교문을 지켜 주시는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우리 백구 못봤느냐고, 다급하게 물어봤더니
웬 하얀개가 와서 쓰다듬어 달라길래
머리털을 슬어줬~더니 저리로 가더구나.
토기장이 있는 뒷뜰엔 아무것도 뵈지 않았고
운동장에 노는 아이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줄넘기를 하는 아이, 팔방하는 아이들아
우리 백구 어디 있~는지 알면 가르쳐 주렴아
학교문을 나서려는데 어느아주머니 한 분이
내 앞을 지나가면서 혼잣말로 하시는 말씀이
웬 하얀 개 한마리 길을 건너가려다
커다란 차로 치어서 그만...
<후렴> 긴 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백구를 안고 돌아와 뒷동산을 헤메이다가
빨갛게 핀 맨드라미 꽃 그 곁에 묻어주었지
그날 밤에 꿈을 꿨어 눈이 내리는 꿈을
철이른 흰 눈이 뒷산에 소복소복 쌓이는 꿈을
<후렴>긴다리에 새하얀 백구 음~~~~.
내가 아주 어릴 때에 같이 살던 백구는
나만보면 괜히 으르릉~하고 심술을 부렸지
<후렴>랄랄라라 라라라라라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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