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름과 집 기러기

2020. 9. 18. 22:28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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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초입의 대구농고 벤치에 드러누어  하늘을 본다. 눈이 가는 그곳 하늘을 가로지르는 낮은 구름과 높은 구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간다. 현재의 우리나라 꼴이다. 어떤 정치집단은 온갖 궤변과 억지, 외면, 묵살로 나라를 운영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 구름은 탁하게 보이는 낮은 구름이고, 높은 구름은 그나마 좀 푸르고 맑은 높은 구름이다. 

 

 

 

 

 

 

낮은 구름은 남쪽으로 가고, 높은 구름은 동쪽으로 간다. 제 갈 길을 가더라도 서로 다투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대구농고 가전지 옆에는 오른쪽 물갈퀴가 없는 하얀 집 기러기가 산다. 혼자 외롭게 살다가 누군가 작년에 또 한 마리를 데려다 놓았는데 같은 암컷인지, 아니면 둘 다 수컷인지 아니면 부부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코 위에 난 작은 벼슬이 수컷의 성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나다니는 길에 관심을 보이니 미물인 그들도 길손아는 것 같다. 길손을 쳐다보는 눈이 매섭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얘들을 보고, 거위라고 하는 사람, 오리라고 하는 사람, 닭이라고 하는 사람은 봤지만 집 기러기로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얼굴은 붉은 피부로 덮였고, 콧구멍 위에는 마치 닭의 벼슬이 나다가 중단 된 것처럼 뭉툭한 벼슬이 있다. 지난번 저수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물넘이 하수로에서 밤에 수달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 수달에게서 공격을 받았는지 저수지 주변에 잘 가지도 않고, 물에 들어가지 않으니 몰골이 꽤죄죄하여 말이 아니다. 그러나 눈빛만은 형형하다. 비교하는 것이 불경스럽지만, 정강 스님이 부른 '태자 싯다르타의 출가'에서 "북쪽 문 나갔을 적에 구도자 모습 보았네! 남루한 옷차림 속에 눈빛 만은 총명하였네!' 한갓 기러기라고 불성(性)이 없을쏘냐? 하면서 쳐다본다.

 

 

 

 

 

 

두발이 성한 저 녀석은 불구인 친구를 늘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른발 물갈퀴를 개에게 훼손된 친구의 뜨끈뜨끈한 벼슬을 만지고 있으려니 쉐~엑 쉐~엑 소리를 내면서 길손을 위협한다. 

 

어제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가 그만 불이 나서 10살짜리 몸이 불편한 형과 8살짜리 동생이 화상을 입고 의식을 차리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는데 소방서 측에 따르면 형이 동생을 책상 밑으로 밀어 넣고, 이불을 덮어주어서 그나마 큰 화상은 입지 않았다고 하는데

 

두 다리가 멀쩡한 저 기러기가 불편한 몸을 가진 동료를 도우려고 애를 쓰는 것이 기특하다. 

 

 

 

 

www.youtube.com/watch?v=NlX3tdudLS4

 

 

동쪽 문 나갔을 적에 늙은 자 모습 보았네.

 

세월이 흘러 간 뒤에 그 옛 환영 보는 것 같아.

 

남쪽 문 나갔을 적에 병든 자 모습 보았네.

 

괴로움 견디지 못해 신음하는 모습 보았네.

 

허무한 마음 달랠 길 없어 명상 속에 번민 하셨네.

 

서쪽 문 나갔을 적에 죽은 자 모습 보았네.

 

육체의 영혼이 떠난 제일 슬픈 이별 보았네.

 

허무한 마음 달랠 길 없어 명상 속에 번민 하셨네.

 

북쪽문 나갔을 적에 구도자 모습 보았네.

 

남루한 옷차림 속에 눈빛 만은 총명 하셨네.

 

반가운 마음 깨달은 마음 출가의 길 결심하셨네.

 

왕궁의 부귀영화도 한 순간 던져버리고

 

외로운 구도의 길을 구름따라 헤매이셨네.

 

보리수 나무 그늘 아래서 명상속에 깨달으셨네.

 

우주의 진리 생명의 실상 명상속에 깨달으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