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1. 17:01ㆍ살아가는 이야기
성주 안감에서 캐디백 지퍼가 교체되는 동안에 점심이나 먹자고 둘러보는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 붙은 작은 도로에 작은 의자를 놓고 국수 같은 것을 팔거나 시장 안에 콧구멍만 한 작은 식당에서 1,500원~2,000원 정도 하는 밥이나 국수를 팔았던 곳이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서 번듯하게 자리 잡았다.
사실 길손은 오늘 서문시장 길거리 표 칼국수를 먹고 싶었다. 요즘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뜨끈한 국물에 담긴 칼국수에다가 맵디매운 땡초를 강된장에 푹 찍어서 먹으려고 하였건만, 그만 이 식당 앞으로 지나가다가 두 모녀가 비빔밥이 맛있어서 먹고 가라고 애원 반(?) 권유 반으로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길손의 시골 노모보다 나이가 아래겠지만, 마치 숙모 같은 아니면 간판에 있는 것처럼 이모 같은 분이 먹고 가라고 하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딸이 나물을 담는다. 준비한 나물 재료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길거리표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보리밥과 쌀밥이 있다고 해서 나는 보리밥이 싫다고 했다. 어릴 때 지겹게 느껴졌고, 좋은 기억이라곤 없던 보리를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길손은 객지에 나온 이후로는 돈 주고 보리밥을 일부러 사 먹었던 기억이 없다. 나물을 집는 사람은 딸이다.
저 싱싱한 나물 한 가지로도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고추장을 듬뿍 넣고 찰지게 비벼서 게 눈 감추듯이~
강렬한 캡사이신에 중독된 길손이 특별히 땡초를 주문하자 기꺼이 내어준다. 강된장에 찍어서 2개를 먹었다. 비지찌개도 나왔다.
서문시장의 밥값은 시간이 멈췄다. 저렇게 먹고, 5,000원 만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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