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오르지 못한다는 폭포 위에도 물고기는 산다.

2020. 9. 23. 21:11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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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 보는 안내판을 세울 때는 그곳의 역사와 지리에 밝은 토박이의 조언을 필히 듣고, 각색을 최대한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옮겨야 하는데 수성구청에서는 이것을 간과했다.

 

내용 중에 "봉암 폭포는 (복한? 폭포)는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여 물고기 차단벽 역할을 하던 폭포이다" 이렇게 쓰여 있는데 나는 올봄에 폭포 바로 위 얕은 물에 한가롭게 노니는 피라미 떼를 분명히 보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한 보름 전쯤에 드디어 근처 밭에서 일하는 아저씨를 만나서 폭포 위에서 피라미를 내 눈 똑똑히 보았는데 물고기가 없다고 한다. 그럼 그 물고기는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하였더니

 

그곳에서 3대째 살고 있다는 그 사람은 "내가 이 안내판을 만들 때 원고를 써서 주었는데 내 얘기를 쏙 빼고, 멋대로 넣은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신다. 얘기인즉슨 오래전 자신과 동생이 피라미 한 주전자를 밑에서 잡아 폭포 위에 방류하였다고 하는데 그 얘기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비가 많이 오면 엄청난 물살에 모두 떠내려갔을 것인데 어떻게 견뎠지요?" 하였더니 그분은 "아니 구석구석에 그놈들이 꼭꼭 숨는데 왜 떠내려가요?" 오히려 내게 반문한다. 맞다. 산천어가 떨어지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도 보았는데 쉽게 떠내려가겠나? 

 

어이 수성구청 나으리들!! 분명히 폭포 위에도 피라미가 떼로 살고 있으니 확인한 후에 안내판을 새로 교체하기 바란다. 어른들은 상관이 없지만, 이곳 멀리까지 놀러왔다가 이 안내판을 볼 수도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거짓말해서 되겠나?? 

 

 

 

 

 

봉암 폭포 위쪽으로 80m쯤 더 올라가면 물이 떨어지는 작은 폭포(?)가 또 있는데 이곳에서는 제법 큰 피라미들이 살고 있었다.

 

 

 

 

 

수성구청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두 눈 부릅뜨고 동영상을 봐라!! 피라미들이 있는지 없는지

 

 

 

 

 

피라미가 노니는 그곳에서 30m쯤 내려온 곳에서 아래를 보니 봉암 폭포 옆에 있는 팔각정이 보인다.

 

 

 

 

 

혹시 공원녹지과 직원들의 반격이 있을 수도 있어서 장소를 확실히 해두는데 옛날 미나리를 재배했던 비닐하우스의 시작되는 곳에 피라미가 산다. 

 

 

 

 

 

큰 버드나무 밑, 마치 작은 웅덩이같이 아담한 곳에도 올해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피라미 몇 마리가 보인다.

 

 

 

 

 

욱수골 깊은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 아니 3대째 산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봉암폭포가 있는 팔각정이 보인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래된 독립가옥이 있다. 지금은 그래도 도로가 정비되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가 있지만, 아마도 30년 전쯤만 해도 차량은 엄두도 못 내고 도보로 오면 산이 시작되는 곳에서 거의 10리 길(4km)이 되는 거리다. 이 근처에는 지금도 3~4가구가 있는데 얼마나 살기가 고단했으면 이 산골 깊은 곳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 감정 이입을 해보니 참 슬픈 생각이 든다. 1대가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는 이곳 산에는 맹수도 있었을 것인데 자녀들은 어떻게 국민학교를 다녔을까? 

 

 

 

 

 

사진은 밝아 보이지만, 오후 6시 40분이 지나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데 어두컴컴하고, 아무런 인기척도 없는 이곳을 내려가려니 남자인 길손도 긴장이 된다. 오른쪽으로는 가파른 산이 이어지는데 멧돼지라도 돌진해 온다면 피할 재간이 없을 것 같다.

 

 

 

 

 

60도 이상의 급경사 지역인데 흐린 날씨에 더욱 어두컴컴한 곳에 신경이 쓰여서 자꾸 시선이 간다.

 

 

 

 

 

사진 중앙 위로는 3~4가구가 현재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