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4. 15:57ㆍ여행이야기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산 아래에 있는 불갑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일주문이 지나가는 객을 반긴다.
다른 사찰의 일주문과는 달리 조금 더 특색있게 아주 큰 고목이 일주문을 받치고 있다.
불갑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8교구 본사 '백양사'의 말사이다. '금강문' 불갑사 편액과 뚫린 건물 사이로 '천왕문'과 부처님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는 '불광보조(佛光普照)'라는 편액이 걸린 만세루가 일렬 종대로 보여서 절집의 멋짐을 더한다.
절 입구 맞은편의 산과 나무의 모습이 현재 처한 정치 현실처럼 영남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선산을 지킨 굽은 소나무로 만든 기둥이 아주 정겹다. '일광당(一光堂)'은 어느 동네 호 찐빵 파는 빵집 일광당이 아니라 선승(禪僧)들이 부처님의 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는 '불광보조(佛光普照)'와 일맥상통하려 한 줄기 빛을 위해 수행 정진하는 곳이어서 단청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보니 기둥들이 모두 열중쉬어하면서 배를 앞으로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단의 어느 유명한 사판승(事判僧)이 몸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스스로 다비(茶毘)를 했다. 무엇인가 내막이 있었을 것 같았는데 종단의 명예와 종단의 무구한 존속을 위해 그 미스터리 죽음을 미화하고, 서둘러서 또 한차례 다비(茶毘)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 연민을 느꼈다. 이런 고색창연하고 멋들어진 곳에는 사판승(事判僧)이 갈 곳이 아니라 청정한 이판승(理判僧)이 들어가서 정진해야 한다.
아니 저것이 뭐더냐? 대웅전 지붕 중앙에 뭔가 돌출된 부분이 있다. 어찌보면, 처용의 머리 같기도 하고
용마루 위에 있는 그것은 보탑(寶塔)으로 용(龍)의 얼굴 위에 탑을 한 층 올리고 그 위에 보주(寶珠)를 얹은 것이며, 그것은 남방에서 전래한 불교의 특색이라고 한다.
대웅전 뒤편에서 마주 보이는 산을 보노라니 내가 피안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불갑사 대웅전 앞의 당간지주(幢竿支柱)는 다른 사찰의 당간지주와 다르게 서로 평행하게 서 있지 아니하고, 저렇게 서로 엇비슷하게 서서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탱화를 걸면서 서로 싸움질을 했나?
불갑산 장군봉 아래 7부 능선에 자리 잡은 저 암자는 정말 멋진 곳에 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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