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0. 13:26ㆍ여행이야기
특별하게 국내 여행을 하지 않는 나는 처남이 회갑 기념으로 처가 가족 모두를 초대하여 고군산도(古群山群島) 입구의 신시도 '월영 펜션'에 1박을 하고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다. 내가 하룻밤 묵었던 '월영 펜션'을 특히 거론하는 것은 그들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가 아니라 주인장 내외,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의 분에 넘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손님 대접과 그들이 제공하는 정갈한 음식에 인간 본연의 책임감과 배려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 보니 이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섬이 많이 모여 산 산처럼 보인다 하여 '군산도(群山島)'라고 불렀다. 고려 시대에는 고려-송나라 무역로의 기항지였을 뿐만 아니라, 최무선이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진포해전(鎭浦海戰)의 기지였다. 고려 때에 수군(水軍) 기지를 두고 군산진(群山鎭)이라 하였는데, 조선일보때에 수군 기지가 육지로 이전하면서 '군산'이라는 원래의 이름은 기지가 옮긴 육지로 가고, 이 지역에는 이름 앞에 '옛 고'(古)'자가 붙었다.
19세기 까지는 대부분의 섬이 전라도 만경군(현 김제시)에 속하였고, 군도 남단의 비안도와 두리도는 부안군에 속했다. 1896년 2월 3일에 새로 설치된 지도군(群) 에 고군산군도의 섬들이 모두 편입되어 전주부 지도 고군산면이 되었다. 같은 해 8월 4일에 13도제가 실시되면서 전라남도 지도군의 관할이 되었다. 1914년 4월 1일 에 지도군이 폐지되면서 고군산면이 전라북도 옥구군(현 군산시)에 편입되었다.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를 나름대로 풀이를 해보니 '群島' 무리 群을 사용하여 섬이 무리 지어져 있다는 뜻이니 옛 군산의 무리지어 있는 섬이란 것이다.
신시도 월영 펜션에서 여장을 풀고, 가까운 곳으로 나가니 낚싯배와 작은 어선이 물이 빠진 바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서해안이어서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한 것이 피부로 와 닿는다. 과거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해안에서만 보았던 어촌 풍경과 사뭇 달라서 어리둥절하다.
월영 펜션 주인장이 조종하는 낚싯배를 타고, 주마간산격으로 주변 바다를 둘러본다.
왼쪽에 있는 두 개의 바위산이 '망주봉(望主峯)'으로 들었다. 망주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선유도에서 점심을 먹은 어느 작은 식당 주인이 말하길 조선시대에 망주봉 주변에 임금이 본궁 밖으로 나아가 머무는 임시장소로서의 궁궐인 '행궁(行宮)'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런 지역에는 죄(?)를 짓고 귀양 온 선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빨리 귀양살이에서 풀리길 바라는 마음에 임금이 계시는 한양을 보면서 그를 그리워했으리라
관광지에 내력도 없을 것 같은 뜬금없는 호떡집이 성황이다. 내가 국내 여행을 기피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인데 어느 곳을 가던 천편일률적인 중국산 노리개와 비슷한 음식들 그리고 관광지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로 만든 간식이 유명인의 방문을 침소봉대하여 장사에 이용하는 얄팍한 상술에 진절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곳도 매년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단다. 잠깐 장자도에 들러서 호떡 한 개 달랑 사 먹고 돌아가서 허무하다는 상인의 말을 들으니, 공감이 간다. 정말 볼거리와 먹거리가 미스 매치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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