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16:29ㆍ취미이야기
유난히 잦고 길었던 여름 폭우에 간간히 취미 활동으로 즐기던 기타가 버징이 생기고,
뭔가 정상이 아닌 듯하여 기타 병원에 간다. 습기가 많아서 넥도 휘었을 테고, 줄도 녹이 슬고,
인터넷으로 그럭 저럭 찾아내서 작년에 기타를 샀던 가게이다. 몇번을 가보았으나 주인장보다
알바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가게를 보는 날이 더 많다.
요즘 기타가 붐을 이루는가 보다. 대체로 저렴한 기타가 많이 진열되어 있다.
"사장님 어디 갔어요?"
"오늘 사장님 일하시는 날이 아닌데요~"
분명히 어제 저녁 사장과 통화를 하고, 내심 버징을 잡기 위해 시간을 일부러 내어 찾았는데 낭패다.
차림새로 보아 알바로 보인다. 내가 못 미더운 말투로
"일부러 멀리서 왔는데 참 곤란하게 됐네! 기타줄도 갈고, 손도 봐야 하는데~
혹시 알바생 아니에요?"
"하기 싫으면 그냥 가시면 되잖아요!!"
이런 됀장~ 속으로 울화통이 치민다.
"이봐!! 멀리서 일부러 온 사람인데 당신 그렇게 밖에 말 못해??!!"
"..............................."
돌아가 봤자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서 일단 기타 케이스에서 기타를 내어 그에게 준다.
제법 연주를 한다. 속으로 조금 안심 되는데
우선 기타 줄부터 새로운 것으로 갈기 위해 기타 줄 중간을 커팅하였다.
플랫 사이를 깨끗이 닦으면서 하는 말
"기타 줄 값에다 수공비를 받아야 하는데~ &*%^&*&&** 중얼 중얼!!"
"아니 저번에도 수공비 없이 2만 몇 천원에 갈았는데??"
"우리집에서 수공비를 안받으니 다른 가게에서 뭐라고 해요!!"
"그래 그건 맞겠네 타이어 갈면 수공비를 받는데, 그래도 단골들에게는 서비스를 해야지~~"
그는 묵묵히 일을 한다. 겉모습으로 그를 단순 알바생으로 짐작한 나의 미스테이크!!
작은 망치로 토닥 토닥 두드린다.
촉감이 부드러운 엘릭서 코팅 기타 줄이다. 소리도 여성스럽다. 다음엔 같은 가격에 마틴 줄로 갈아보란다. 에이 갈고 나니 그러네. 진작 말 좀 하지!! 쩝~~
마틴 줄은 촉감이 거친 감이 있지만 새로운 소리를 선사한단다. 다음에 그넘으로 하기로 하고~~
내 기타를 만지다가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오니 이 친구, 벌떡 일어선다. 내 기타 줄 가는 것은 속절없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쩝~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냥 잠자코 보기로 했다.
그는 가게 귀퉁이에서 큰 박스를 가져다가 그들에게 개봉한다.
전기 기타는 잘 모르지만 현이 네개 있는 것을 보니 베이스 기타이다. 아마 엄마, 아빠는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이것을 구입하려고 왔나 보다. 아니 이미 구입을 하였고, 가게로 물건이 도착하니 연락을 하여 그들이 가게로 방문하였던 것 같다.
이 가족의 대장은 남자가 아니고 여자다!! 그렇다 결단코 여자가 대장이다. 아빠로 보이는 사람은
그냥 뒤에서 서성이고, 여자가 좌충우돌한다.
기타를 잡은 친구가 주인이다. 그는 베이스 기타를 전공하는 실용음악과 학생이란다.
난 조금 이해가 안 가지만 뭐 그래도 열심히 해서 그 방면에서 성공하거라!!
미국에서 공수된 제품인가 보다. 가격 흥정을 하는데 그 알바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295만원인데
많이 싸게 사셨어요" 라고 지적을 해도 보통이 넘어보이는 여자 대장은 온갖 방법으로 회유와 공갈을 친다. 드디어 한 30~40만원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그 여자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나이 많은
남자 꼬붕은 뒤에서 애꿎은 통기타를 매만진다.
한참이 지나고 그들 가족이 가게를 떠난 다음에야 미뤘던 작업을 한다. 물론 나에겐 한마디 양해도 없었다. 이 젊은 친구에게 서비스와 마케팅에 대해 학습을 시키고 싶었지만 아들 같아서 참는다.
드디어 1시간 여 만에 끝냈다. 나도 인내심이 제법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내 약령시장에 임시 한약시장이 선다. 처음보는 광경이다. 차도 못 다니게 막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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