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17. 09:50ㆍ감동이 있는 이야기
거제시 연초면 송정리 609번지에는 장애인 보호시설인 '베데스다의 집'이 있는데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 그곳에 들릴 기회가 있었다.
고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거가대교 방향으로 지나가다 베데스다의 집을 본 적이 몇 번 있어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베데스다의 집 뒤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논이 있고, 계곡 바람이 사시사철 통하는 가운데 자리 잡아 쾌적한 환경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원장님과 11명의 중증 장애인이 보호받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몸이 매우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쾌활하시다. 머리를 염색하셨는데 이쁘다고 했더니 수줍게 웃으시면서 그렇게 한 이유를 이야기 했다. 6. 25 사변이 일어난 해에 태어난 원장님은 하얗게 센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을 해보았더니 얼마 못 가서
지저분하게 보였는데 붉은색으로 염색하니 염색기가 오래가서 깔끔하게 보이고, 더불어 비용도 절약된다는 것이다. 결혼은 하였으나 일찍 부군을 여의고, 홀로 하나님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거제까지 오게 되었으며,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하였단다.
중증 장애인들이 거주하는곳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었는데 원장님의 말씀이 어려운 환경일수록 밝게 생활하고 깨끗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보니 수긍이 간다. 정부의 지원금이 나오기는 하는데 인건비로 거의 충당되어 힘이 들지만 꿋꿋하게 생활하고 있단다. 사지가 멀쩡하고 그들보다 모든 여건이 좋은 길손은 그 순간 부끄러움을 느낀다. 생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욕심과 탐욕으로 무장한 내 마음을 돌아본다.
선생님 두 분과 원생들이 수공예작품을 만들고 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표정과 행동은 티 없이 맑다. 이번 여름에 정부의 에너지 절약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에어컨을 가동했던 날이 몇 번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행히 거실 뒷문으로 들어오는 계곡 바람이 시원해서 지낼만했다고 한다.
길손이 비록 사이비 불교 신자지만 찬송가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원장님이 수줍게 웃으면서 자신이 대신 연주하겠다고 하여 그렇게 해주세요. 했더니 피아노로 가지 않고, 작은 전자올겐을 꺼내오더니
앞에 놓고 연주를 하는데~ 나는 그분이 손으로 연주할 줄 알았는데
발가락으로 연주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손을 보니 손가락이 오그라들어서 건반을 짚지도 못할 상황이다.
불편한 시선을 들어 악보를 본다. 그리고 최대한 집중하여 자세를 바로잡고 연주를 시작했다.
악보를 보니 '사랑은 언제나'이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연주하기 위해 그녀가 공들인 시간이 길손의 피부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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