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8. 22:33ㆍ살아가는 이야기
이번 여름 경북 영천에서 저수지 둑이 터져 농가가 물에 잠기는 장면을 보았다. 이곳은 인적이 아주 드문 곳에 있는 약 70~80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저수지로 저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 수문도 고장 나고, 물넘이의 시멘트 벽도 깨지고 떨어져 나간지 오래이며, 그 마저도 수십 년의 호우에 일부 둑이 유실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곳이다. 주 수문이 고장 나니 물을 빼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태풍이 오거나 호우가 내리거나 누구 한 사람 이곳에 신경쓰지 못한다. 외진 곳이니 더하다. 지나가는 산돼지가 둑이 터지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하면 모르겠으나 머지 않는 장래에 재난이 닥칠 것은 불을 보 듯 뻔하다. 그렇다고 이곳에 초소를 짓고, 산돼지에게 휴대폰을 주어 면사무소에 신고하게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그저 둑이 터지지 않게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누군가 소나무 껍질을 둘러가면서 벗겨놓았다. 아마도 이 소나무가 잔디를 죽게 만드는 원흉인가 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송진이 난 곳에 빙 돌아가며 흙을 칠해 놓았다. 이상하다 껍데기를 벗긴 것은 무슨 일이며 또 소나무가 시들까 봐 흙을 칠하는 건 또 무슨 경우인가?
흘러내린 소나무 송진 사이로 뭔가 억센 가는 줄기 같은 게 보인다. 긴 것은 얼추 10Cm정도로 보인다.
한 개를 떼어내서 자세히 보니 동물의 털이다. 제법 굵은 것이 빳빳하다. 끝이 2~3개로 갈라졌다. 이 소나무는 멧돼지가 비빔 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끈적끈적한 것에 비비니 진드기도 송진에 들러붙어 제 소임을 못할 것이고, 덕분에 멧돼지는 당분간 진드기로부터 해방이 되겠지
저수지에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보이는 멧돼지야! 저수지가 터지려는 기색이 보이면 빨리 119에 신고하여라 그러면 상으로 고구마 한 가마니 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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