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의 현장(?)

2016. 1. 15. 19:16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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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해변 위를 지나가는 철길이다. 저쪽은 동해역 방면이고,







저쪽은 묵호역 방면이다.







감추사(甘湫寺)와 감추해변을 가기 위해서는 하늘을 날아서 건너거나 오직 이 열차가 다니는 복선 철로을 무단 통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너는 유일한 통로에 파란색과 노란색의 통행제지 철골이 설치되어 있고







저곳 복선 철길을 건너야만 한다. 그런데 이 구간이 묵호에서 오는 열차는 굽은 철길 때문에 멀리서 오는 열차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동해역에서 올라오는 구간은 정면으로 경사로를 열차가 올라오기 때문에 기관차가 가까이 오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구간이다. 감추해변을 놀러 가거나 낚시를 하러 가거나 감추사의 신도는 반드시 이곳을 무단횡단하여야만 한다. 











무단통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무단 통행하면 과태료 처분한다고 위협하면 관광객, 해변을 지키는 군인들 그리고 감추사를 찾는 불교 신자들은 매일 과태료 공포에 시달릴 것이고, 요행이 감쪽같이 통과하면 과태료 1,000만 원을 버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인 동해시와 철도공사는 협의해서 선로 위에 인도교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저기서 희생되고 방송을 타야지 시정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




어제 이어서 오늘(1월 16일) 후속편이다. 내가 이렇게 다시 이곳을 찾은 것은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후속조치를 게을리하고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지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무책임한 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애써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곳도 있다는 화두를 던지면 어디선가 선문답이 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추운 바람을 맞으면서 열차를 기다렸다.




16시 18분경에 학생들로 보이는 일행이 감추해변 방향으로 우르르 넘어간다. 무단 횡단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머뭇거리다가 길손에게 넘어가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난 그냥 모르겠으니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대답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잽싸게 넘어간다.







학생들이 지나고 곧 다음에는 조금 민망한 일이 생겼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인근부대를 총 지휘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아주 높은 사람(Star)일행, 그 사람들이 길손을 의식하고 머뭇거리기에 차마 이곳을 건너는 순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겠나? 휘하 부대를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격려차 방문하였을 수도 있는데~







또 그다음에는 낚시꾼이 이곳을 지난다. 저녁 5시 30분이면 철문을 폐쇄한다고 하던데 이곳은 감추사가 있어서 예외인가? 철야 낚시를 하려고 작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 묵호방면에서 화물열차가 동해역 방향으로 오고 있다. 만약 길손이 있는 반대편에 있다면 휘어진 철로 때문에 이 열차를 볼 수가 없다.










길손이 생각한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접근하여 더 가까운 사진을 담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소음과 진동으로 길손 옆을 지나친다.










동해역을 향해 나아가는 화물열차의 기관차가 내리막길로 내려가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올라오는 열차도 마찬가지로 철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