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이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2016. 5. 8. 19:49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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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이 있는 곳을 나와 5시 30분이 지나는 시각에 해오라기, 왜가리, 백로가 서식하는 곳을 지나다가 새들 소리가 요란하여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들어가니 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제 막 잎이 돋아난 참나무 밑은 어두컴컴한데 무슨 야생동물이 있나? 그렇게 가는데 뭔가 후다닥후다닥하고 큰 덩치가 냅다 달려나간다. 실루엣을 보니 고라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작은 소리를 따라 시선이 따라가니 아뿔싸!~ 회색빛의 어린 새 두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서 길손의 인기척을 느끼고 살금살금 산 위로 도망가는 중이다.

 

 

 

 

 

나무 밑에는 새들의 흰색 배설물이 잔뜩 뿌려져서 나무와 풀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하여 둥지에서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형제가 둥지에서 어미 말을 듣지 않고 장난치다가 저렇게 밑으로 떨어졌나 보다. 저렇게 밑으로 떨어지면 어미새는 새끼를 포기한다는데 아마 오늘 둥지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어린 새의 입에는 뭔가가 물려있다. 어미 새가 잡아주었는지 곤충 같은 것이다. 해오라기나 왜가리는 물고기를 먹는데 혹시 스스로 살기 위해서 곤충을 잡은 것은 아닐까? 졸지에 둥지에서 떨어진 녀석도 엄청난 충격으로 무척 당황했는가 보다 한참을 보아도 입에 물기만 했지 삼키지를 못한다. 길손의 추측으로는 어미새가 물고기를 물고 둥지로 왔고, 서로 물고기를 차지하려고 다투던 어린 새 형제가 그만 둥지 밑으로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산 위로 올라가면 어미 새와 멀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존확률도 낮아질 것 같아 멀리 우회하여 둥지와 가까운 곳으로 어린 새를 몰아갔다.

 

 

 

 

 

 

참나무 둥지에는 떨어진 새와 비슷한 새끼가 둥지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해가 저물어 가니 실루엣만 겨우 보인다.

 

 

 

 

 

떨어진 새끼 때문에 애가 타는 어미 새의 모습도 보이고,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떨어진 새끼도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꼿꼿이 세우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 산에는 너구리, 삵, 야생고양이, 족제비 같은 포식자가 있을 텐데 오늘 밤을 무사히 넘길는지 모르겠다. 둥지에서 떨어진 대가가 얼마나 처절한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저 가련한 새끼가 내일 아침 밝은 햇살을 볼 수가 있다면 좋겠다.

 

 

 

 

 

 

하늘에는 인근 금호강에서 먹이질을 하다가 돌아온 새들이 크게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왜가리, 해오라기들의 둥지가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참나무 한 그루의 잎이 연한 녹색으로 시원찮다.

 

 

 

 

 

 

 

지난해에 껍질이 돌려가며 깎여졌던 나무가 봄이 되어 겨우 정신을 차리니 다시 확인 사살을 위해 위에 또 낫으로 껍데기를 벗겼다. 참나무는 피부가 벗겨지는 아픔에 비명을 지르니 새들도 안타까워 저렇게 높이 나르는가 보다.

 

 

 

 

 

동영상 7초 지점을 보면, 철딱서니 없는 오른쪽 새끼가 왼쪽 새끼가 물고 있는 물고기(?)를 뺏으려고 한다. 언제 포식자에게 제 목숨이 끊어질 지 모르는 순간에도 먹이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 아무리 짐승이지만,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