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에서 온 꿀벌

2016. 5. 8. 19:09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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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령 근처 마을인 팔현마을 안쪽에는 멀리 강원도에서 온 벌꿀 손님들이 있다. 이곳에 놓여 있는 68개의 벌통은 낯설고 물선 팔현동 마을에 매년 찾아온 지는 약 20여 년이 되었다니 그 역사도 깊다고 하겠다.

 

 

 

 

 

근처에는 아카시아 밀원이 많다. 이 벌통은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한 4월 말부터 이곳에 들어왔는데 보름 정도 머물고 5월 중순이면 서울로 이동한 뒤에 그곳에서 꿀을 뜨고, 다음에는 철원지역 민통선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충청도를 지났으나 지구 온난화로 대구지역이나 충청지역의 아카시아꽃 만개시기가 같아졌기 때문에 충청도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벌통이 놓인 곳 옆에는 제법 큰 밭이 있는데 밭에는 진돗개가 경비를 서는 중이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는지 생전 처음 보는 길손을 보고 짖지는 않고, 엉덩이로 트위스트를 치면서 난리가 났다. 개는 왜 주인이 자신을 밭 한가운데 갖다 놓았는지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들어가려는 고라니도 괴롭고, 지키는 진돗개도 괴롭다. 언제나 이 땅에 평화가 오려나~~

 

 

 

 

 

 

닭요리를 파는 '산 너머 산 아래'식당 옆에 작은 원두막이 있고, 그곳에는 멀리 철원에서 오신 꿀벌 女 대장이 계시는데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이나 식당을 들리는 사람에게 팔 잡화꿀과 화분이 몇 개 놓여있다.

 

 

 

 

 

꿀이 진짜냐? 가짜냐? 이것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면 일주일 밤낮으로 침을 튀기고 혈압이 터져 죽어 나가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부자간에도 진짜 꿀인지 가짜 꿀인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리오?

 

 

 

 

 

아직 아카시아꿀은 채밀하지 않았고, 아카시아꽃보다 먼저 피웠던 꽃에서 딴 잡화꿀이 한 말들이 프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사람은 특유의 촉이 있다. 길손은 세상만물을 보면서 인과관계를 먼저 보려고 애쓰는 편이다. 좋게 보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요. 나쁘게 보면 삐딱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기에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길손은 굳게 믿고 있으며,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멍에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통 꿀을 뜨는 사람들은 벌통에서 채밀한 꿀을 인공적으로 농도를 높여(엿물로 조청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 파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설탕을 보조적으로 사용하여 묽은 꿀을 따서 제빵공장이나 빵집에 팔면 간단하게 돈을 벌 수가 있단다. 그렇지만, 굳이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자신을 믿고 수십 년을 거래한 단골에게 그렇게 양심을 팔 수는 없었단다.

 

 

 

 

 

 

꿀벌 여대장이 머무는 간이 숙소다. 이곳을 사진 찍으려니 부끄러워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그러나 길손의 눈에는 이곳 거처가 자연에 가장 가깝고, 자연과 쉼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로 어느 일류 호텔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불편하면 일류 호텔도 가시방석일 것이고, 마음이 편하다면 마구간도 최고의 호텔이 될 수도 있다.

 

 

 

 

 

식당에서 운영하는 커피자판기 옆에는 강원도 꿀 아저씨의 전화번호가 있다.

 

 

 

 

 

벌통이 놓인 곳은 식당과 원두막 사이에 있는 너른 공터다.

 

 

 

 

 

이 꿀은 잡화 꿀인데 35,000원이라고 한다. 벌통 숫자가 길손의 예상과 달리 그렇게 많지 않아서 물어보니 100~200통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인데 그렇게 하면 꿀벌들의 세력이 약해져서 꿀의 농도가 옅어진다는 것이다. 비록 벌통 수가 적어도 알차게 꿀벌이 들어있으면 꿀의 농도가 진해진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에 감탄한다.

 

 

 

 

 

이 화분은 6만 원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벌꿀 농사꾼들은 채밀하여 바깥에서 숙성시키는데 자신들은 꿀을 빨리 뜨지 않고, 벌통에서 숙성시켜 채밀한다고 한다. 길손의 예리한 시각과 후각과 청각을 모두 동원하여 탐색한 결과 꿀벌 여대장의 말에 가식이 없고 진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그래서 1년에 위의 병으로 40병밖에 뜨지 못한다는 10만 원짜리 '밤꿀'을 사기로 예약했다. 꿀벌들은 쌉싸름한 맛이 나는 밤꿀을 싫어하고, 잘 먹지도 않아  한 달을 고생해야만 자신들이 바라는 양을 겨우 채울 수가 있단다.

 

철원 고향 집에 다섯병이 있는데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주문한 것을 가지고, 벌꿀 男 대장이 내려오는데 한 병을 더 가지고 오도록 했다. 쓴맛이 난다는 밤꿀이 위에 효험이 있다니 요즘 위염으로 고생하는 길손에게 스스로 선물하기로 했다. 공복에 큰 티스푼으로 한 스푼을 먹고, 30분 후에 물을 마시면 된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꿀을 먹은 위암초기의 사람도 효험을 보고 계속 주문하여 먹는다고 하니 그렇게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