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18)

2016. 7. 9. 13:27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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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은 본부 내무반에서 한참 곯아떨어져서 고향의 어머니와 가족들과 같이 있는 꿈을 꾸고 있는데 난데없는 커다란 함성 때문에 밤 2시경에 모두 놀라서 잠을 깬다.

 

밖을 보니 어두컴컴한 제861포대 연병장에는 소대에서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불려온 10여 명이 완전군장으로 포복하면서 상황 장교의 구령에 따라 복창을 하며 기합을 받고 있다. 한 명이 잘못하면 막사에 같이 있는 고참이나 쫄병 할 것없이 근무자 1명만 남겨놓고 모두 구보로 땀 흘리며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상병 안정호는 다른 고참들이 자신 때문에 잠에 곯아떨어졌다가 모진 기합을 받으니 거의 정신줄을 놓은 상태일 것이다. 기합이 끝나고 막사로 돌아가서 거의 반죽음으로 변할 자신을 생각하면 마음은 이대로 탈영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은 낮이었다. 또 소대에서 무슨 잘못을 하였는가?  이번에는 포대장이 약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있었는데 연병장 포복이 아니라 연병장 앞을 흐르는 개울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 개울은 미군 부대 막사에서 나오는 똥물이 몇 년을 묵어서 시커멓게 썩었고, 썩어가면서 올라오는 메탄 가스 기포가 몽글몽글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 그런 개울에 완전군장으로 들어가게 한 다음 포복을 시켰다.

 

그들이 개울에 들어서니 무릎까지 푹 빠지는데 잘 썩은 펄같은 것이 뒤집혀서 온 연병장에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데 불쌍한 그 소대원들은 그곳에 얼굴만 내밀고 엎드려서 줄지어 낮은 포복으로 길이 100m 남짓한 똥개울에서 왕복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포복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전투복과 배낭은 온통 검은 펄로 도배가 되고, 병사들은 마음과 몸이 지쳐가고 있을 때~~

 

기합받는 주변을 우연히 지나가던 사복을 입은 미군 두 명이 개울을 뛰어 건너서 연병장으로 넘어오더니 우리 행정반 쪽을 보고 고함을 지르면서 뭐라고 하는데 내용은 알 수가 없고, 뭔가 고성으로 기합받는 병사들을 가리키면서 항의를 계속한다.

 

포대장실에 있던 포대장이 그 소리를 듣고 나오더니 뭔가 켕겼는지 바로 기합을 중지하고, 물이 나오는 수돗가에 가게 해서 몸을 씻게 했다. 아마 길손이 보기에 한국군 병사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해 그런 것 같다. 참 고마운 양키 군인이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