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3. 13:56ㆍ지난 날의 추억
(제대 말년에 벌컨포가 구식 대공포와 교체하기 위해 1개 포대가 들어왔는데 그 과도기에 우리 부대의 구식 막사 옆에 신식 막사가 생겼고, 벌컨포가 신기하여 일부러 벌컨포 포상으로 가서 사수 석에 앉아 보았다. 우리는 구식으로 변했고, 그들은 신식이었는데, 왜 '임오군란'이 생각나는지~)
전투비행단 기지 안에는 미 공군과 한국 공군, 그리고 육군이 있었는데 육군도 방공포, 공병대대, 그리고 이상한 항만사에서 파견 나온 사병이 3명인가 있었는데 그런 특과병이 없었다. 3명이 생활하니 당연히 보초도 없고, 3명이 자취하는 기분으로 군대생활 하는 것 같았다.
본부소대에서도 보초를 서는데 당연히 불침번을 서야 하고, 위병소와 탄약고 근무가 있었는데 탄약고는 내무반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느니 교대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늘 20분 전에 출발해야 한다. 탄약고 옆에 작은 초소가 있었는데 사람이 3~4명이 들어서면 꽉 찰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으며 물론 미닫는 출입문이 없어 그냥 앞에서 보면 안이 그대로 내부가 훤히 보였다. 창은 있었지만 바람을 막을 유리창은 없었다. 생긴 것도 큰 고깔모자처럼 생겼었다.
병장 때 겨울이었던가? 하마터면 영창 갈 뻔한 일이 있었다. 몰래 마신 술때문이었는데 공군은 술에 대해 대단히 관대하였다. 물론 직접 사러 가보지는 않았지만, 막걸리는 PX에서 판다고 했다. 소대원들이 가끔씩 사다 먹고, 야간 보초 시간에 코를 박고 자다가 헤드폰으로 이상 유무 보고를 제대로 못 해 밤에 본부로 불려와서 곤욕을 치른 일이 그 술 때문이기도 했다.
보급 선임하사(중사)가 집에서 마늘 술을 만들어 놓고 자신이 마시려다 도저히 비위가 맞지 않아서 부대로 가져와서 길손에게 마실 수 있으면 마시라고 하면서 가져다 놓은 것을 보급창고에 보관해 놓고, 조금씩 마셨는데, 물론 되 병에 마늘 절반 정도가 들어간 마늘 술은 정말 비위가 강하지 않고서는 마실 수가 없었지만, 워낙 술이 귀하니 그것도 감지덕지했다.
경남 진주 이반성면(면 이름이 특이해서 잊을 수가 없다.) 출신의 취사병 졸병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소주와 정종을 들고 창고에 있는 길손에게 찾아왔다. 이미 마늘 술에 약간 젖어있었던 상태였는데 그 졸병이 안주까지 가져오니 웬 떡이냐 하고, 정신없이 술을 마시고 말았다. 야간에 탄약고 보초서야 한다는 사실도 잠시 까먹고 말았는데 그렇게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깜깜한 밤에 보초를 서기 위해 탄약고로 비틀거리면서 갔다.
그런데 워낙 술에 취하니 좁은 초소에 들어가서 맨땅에 앉아 그대로 잠을 잔 모양이다. 정신없이 잠을 자다가 후임병이 교대를 왔고, 길손은 비몽사몽으로 내무반에 들어와서 그대로 퍼졌나 보다.
다음날 통신병인 그 상병이 'K 병장님! 제가 어젯밤에 병장님의 M16 소총을 주워왔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탄약고 초소 뒤에는 깊이 4m가 되는 깊은 고랑이 길게 나 있었다. 평상시에는 주로 그곳이 보초병들이 소변 보는 곳이고, 경사가 급하며, 깊어서 한 번도 내려가 본 적이 없었는데 그 후임병은 보초를 서다가 뭔가 달빛에 살짝 빛이 나는 것이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그 경사를 내려가 보니 버려진 소총이 있더란다. 멜빵에 보니 내 명찰이 달려있었다고~
그말을 듣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것을 길에 버렸다면 술취한 미군들이 지나가다가 그것을 가져갔을 테고, 그 소총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면 나는 감방에 갔을 것인데 지금도 그 후임병이 고맙다. 아마도 조상님들의 은덕이 아니었나 싶다.
미군 병사들은 양공주하고 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다시 기지 바깥으로 나가서 술집에서 놀다가 기지를 왕래하는 버스가 모두 끊어진 새벽 2~3시에 걸어서 그들 숙소로 돌아오는 일이 많았는데 한 번은 탄약고 보초 서려고 가는 길에 길에서 마주친 양키가 술이라고 하면서 컴컴한 길에서 길손에게 술병을 건넨다. 나는 양주를 주는 것으로 알고 뛸 듯이 기뻤는데 가로등이 있는 곳에 와서 자세히 보니 제기랄!! 금복주 되 병을 반쯤 마시고 남은 것을 길손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졸병은 한국군이나 미군이나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봉급이 적기 때문에 바깥에 나가서 양공주와 재미를 보고 나니 술 마실 돈도 없어서 저렇게 안주도 없이 깡술을 마시면서 숙소로 돌아오다가 키가 나지막한 한국군 땅개를 만났고, 측은지심에 마시다 남은 금복주 한 되 병을 선물한 모양인데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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