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21. 08:44ㆍ지난 날의 추억
사람이 똥줄이 타면 불가사의한 일도 가끔 생긴다. 3소대에는 사고를 쳐서 상사를 달지 못하고, 만년 고참 중사로 생활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겠지만, 대체로 하사관들의 수준이 조금 거시기 해서 일반 병사보다 판단력이 시원찮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엉뚱하게 강압적이고 권위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군복 바지는 늘 헐렁하게 입고, 보신탕을 좋아하고, 병사들을 제 하수인처럼 생각하는 그 중사가 본부소대 수송반에서 배식 차를 모는 운전병이 소대 배식을 위해 그 소대를 갔을 때 자신 소대 주변에서 포획한 주인 없는 개(실상은 주인이 있었겠지만, 떠돌다가 그 중사에게 잡혀서)를 넘겨주면서 잘 가지고 가서 본부에 갖다 놓으라고 엄히 지시 하였는데(아마 본부 취사반에 개를 잡도록 하여 개고기를 먹기 위해 그랬을 것으로 짐작됨) 그 배식 차 운전병이 트럭 짐칸에 개를 잘 붙들어 매지 않았는지 다른 소대 배식을 가다가 아뿔싸!~ 그만 개가 트럭에서 튀어내려 도망가는 것을 백미러로 보고 트럭을 세운 다음에 그 개를 구보로 뒤쫓기 시작했단다.
비행장 주변으로는 전방 철책 같은 철조망이 있기에 그 철책을 따라 난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배식 차가 다녔었는데 개도 철책에 막혀서 밖으로 달아나지 못하고, 계속 철책을 따라 왔다 갔다 도망을 다녔다고 한다. 불쌍한 운전병은 개를 잡지 못하면 그 다음에 자신에게 올 엄청난 파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죽기 살기로 개를 2시간 정도 따라다녔다고 한다.
개가 지쳐 운전병의 손에 잡혀서 본부소대로 트럭과 같이 들어왔는데 개도 파김치가 되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 운전병도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입술은 부르텄고, 그는 그 길로 내무반에 몸져누워 며칠을 앓았다. 참으로 대단한 인간승리다. 그야말로 그 병사는 죽을 힘을 다해서 개를 쫓았고, 불쌍한 개는 잡혀서 그 중사의 뱃속으로 들어가 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표현이 맞을까? 길에 다니는 똥개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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