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은 누룩뱀

2016. 9. 26. 14:56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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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굵지 않은 4~5m 높이의 참나무 가지에 누룩뱀이 있다. 밑에서 나뭇가지를 던지니 제딴에는 피하려고 더 높은 가지로 이동한다.

 

 

 

 

 

 

 

 

먼 곳에서 일하다 집에 다니러 온 아들을 동대구역으로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다. 고모령 팔현마을에서 가까운 '산 아래 그 집' 뒷산에 오른다. 참나무가 우거진 산기슭을 오르면서 잠깐 쉬는데 작은 참나무에서 소리가 들린다. 갈색의 기다란 뱀인데 짧고 굵지 않아서 대번에 독사가 아님을 눈치챈다. 죽은 나뭇가지를 던져 뱀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누룩뱀'이다. 누룩이라면 술을 담글 때 사용하는 효모가 아니던가? 색깔이 누룩을 닮아서 그렇게 작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뱀을 보기가 쉽지 않다. 농약 사용이 많고, 시멘트 포장도로와 경지 정리한 논, 시멘트 축대로 된 도랑에는 삭막하기 이를 데가 없어 뱀도 서식하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다.

 

도회지에서는 더욱 그러하니 장난기가 발동하여 '산 아래 그 집'에 가서 검은 비닐봉지를 구하고, 그 안에 뱀을 담아 가져갈 심산으로 작대기에 걸쳐서 내려오는데 뱀도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무서웠는지 처음에는 꼬리로 감더니 차츰 몸 전체로 나뭇가지를 감아서 제 몸을 나무에 단단히 고정한다.

 

 

 

 

 

 

산길에서 마추친 어느 아낙네는 뱀을 보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친다. 누룩뱀도 가마 탄 기분일 게다. 저도 무섭기도 하겠지만, 자신을 이렇게 가마 태우고 가는 길손이 궁금했는지 자꾸 길손을 쳐다본다.

 

이 누룩뱀은 결국 '산 너머 그 집'에서 술에 만취한 어느 할배에게 전해졌는데 뱀술을 담아 마시겠단다. 자칫하면 뱀술 담그려다 자신이 뱀술에 담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 세계에는 3,000여종의 뱀이 살고 있는데 그중 99.7%가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알을 낳는 즉시 현장을 떠난다고 하는데 새끼들은 스스로 알에서 부화해서 살아가야 한다.

 

알을 낳고도 현장에 머물면서 알에서 새끼가 나올 때까지 곁에서 지키는 모성애가 있는 뱀이 0.3%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10여 종의 뱀 중에서 먹구렁이와 누룩뱀 이 두 종류가 모성애가 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심성을 닮아서 그런지 우리 땅에 사는 누룩뱀도 자식에 대한 정이 지극한가 보다. 이 사실을 진즉 알았다면 산에 도로 놓아주었을 텐데 이제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다. 영문도 모르고 독한 소주에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을 뱀에게 다음 생에는 좋은 몸을 빌려 태어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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