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0. 11:57ㆍ맛집과 요리
계족산을 내려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계족산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어느 식당이다. 오리요리를 잘한다고 하여 들렀다. 오리요리가 어느 식당이건 고만고만하겠지만, 아파트에 둘러싸인 탁한 곳에서 먹는 오리와 이렇게 시골농촌에서 먹는 오리는 그 자체로 더 좋은 느낌이 온다.
근처에 '요강 바위'가 있나 보다. 요강이 뭐냐? 이동식 화장실이 아니던가? 재래식 화장실이 멀어서 잠자다가 용변을 볼라치면 밖으로 나가기도 무서워 그래서 사기로 만들었거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요강을 윗목에 두고 가족들이 그곳에 용변을 본 다음 다음 날 아침 두엄더미에 부었던 그런 요강이다.
옛날 화전민으로 깊은 산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밤에 용변을 보러 나왔다가 호랑이의 습격을 받아 죽거나(호환) 생리 중이던 어린 딸이 마당에 나와 소변을 보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 그런 사례도 있었으니 요강은 예전에는 정말 요긴한 이동식 화장실이었다.
지인 중에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곳에 같이 왔는데 주인이 오늘은 음식 장만하기가 어렵다고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을 사정하여 우리만 받기로 하고 길손이 계족산 산행 중에 미리 음식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간단한 음식 식재료는 식당에 붙어있는 이 텃밭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요강바위 쪽으로 나가는 쪽문인데 참 정겹게 만들었다. 엉성한 철망을 S자 모양의 갈고리로 문을 철망을 걸어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한다.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 뒤편으로는 작은 개울이 있다. 귀촌한다면 이런 집터가 최고일 것이다. 홍시를 한 개 땄다.
우리 일행은 '오리한방찰백숙'을 주문했었다.
감자 두 개가 찰밥의 포인터다.
서비스로 묵은지도 내어주고
먼저 내온 고추는 맵지 않아서 청양고추를 주문했더니 잠깐 기다리게 하고서는 텃밭에서 따서 이렇게 갖다 준다.
한약재를 넣은 짙은 오리탕도 나왔다.
이곳이 '요강 바위'라고 하는데 요강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떤 야사가 숨어있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요강 바위 식당 주변으로는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코스모스 축제라고 하는데 좁은 나라에 무슨 축제가 그리도 많나? 계족산에서는 맨발축제라고 하더니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축제만 즐기다가 기둥뿌리 썩는 것 모른다고 나라 경제가 거덜나고 있는 데 관심 갖는 이는 별로 없고, 축제만 남발한다.
요강 바위 가든이 앞에는 개울이요 옆과 뒤는 온통 코스모스가 만발하니 명당 중의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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