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8. 11:02ㆍ살아가는 이야기
대구에서 출발할 때는 가는 비가 내리더니 선산 무을을 지나니 첫눈이 내린 것이 헤드라이트 빛에 보인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국민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의 집이다. 일찍 작고하신 그의 아버지가 우리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가꾸었던 과수원은 언제나 풍성했었고, 덕분에 그는 어린 시절을 윤택하게 보냈다. 사실 철조망을 뻰찌로 끊고 들어가서 서리한 적도 있었지만~
소를 위해 만든 볏짚 덩어리도 추운 겨울 벌판에서 겨울을 난다.
드디어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나 보다 열매가 떠난 사과나무가 외롭다 하며, 하얀 눈을 뒤집어 썼다.
왕벚꽃 나무에도 서설이 내렸고,
다음날 일어나니 저런 풍경이 길손을 기다린다.
일손이 없어 수확을 포기한 감나무에 달린 둥시감도 첫눈을 맞았고,
이 지역에 수렵허가 났는가 보다. 멧돼지 사냥꾼들이 타고온 차량이 보인다. 그들은 이곳에서 1박을 했다.
트럭 짐칸 밀폐된 사냥개 케이지 안에는 여섯마리의 사냥개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인기척을 느낀 사냥개가 보이지는 않지만 안에서 짖는다.
다른 차량에는 사냥개들의 입김으로 김이 서린 차창 너머로 라이카 사냥개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금을 펴지 못하고, 앉아서 길손을 쳐다보는 눈이 매섭다.
차량 뒷문을 포수가 여니 저렇게 들어있다.
안개가 낀 이른 들녘에 총성이 울린다. 상당히 추웠지만, 그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냥개들은 좁은 케이지에서 벗어나 분주하게 사냥감을 찾고, 포수는 그들의 동작을 주시한다.
해가 뜨고 날이 개이니 서설은 홀연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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