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과 인간의 공존

2017. 1. 10. 19:29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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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욱수골 외진 주말농장에는 인기척도 뜸해지고, 워낙 오래간만에 오니 낯설었는지 오드-아이는 이미 성견의 골격을 갖췄지만, 길손 옆에 와서 몇 번 아는 체를 하더니 제 어미가 산기슭으로 짖으면서 도망가니 같이 멀리 가버리고 없다.

 

마치 오래간만에 온 손님을 반갑게 맞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을 안고 농장 구석에 있는 철제 우리로 가니 여름에 작은 진돗개가 있던 자리에는 호피 가죽을 덮어쓴 낯선 녀석이 있다.

 

처음에는 길손을 보고, 오금을 펴지 못하더니 머리를 쓰다듬고, 주둥이를 만져주니 한참이나 지나서 마음을 열고 꼬리까지 치는 녀석은 길손의 짧은 개지식으로는 진돗개와 도사의 잡종견으로 보이는 아직 어린 암컷이다.

 

 

 

 

 

방한용 비닐이 쳐진 울타리 안에는 기러기, 토종닭, 칠면조가 살고 있다. 이런 외지고, 야생동물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서 키우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철망 주변을 돌아보니 저렇게 암탉 한 마리가 희생되었다. 닭의 다리 한쪽과 일부 내장이 손상된 것으로 보아서 밖에서 안에 있는 닭을 공격한 것으로 추측되는데 삵쾡이 짓이라면 철조망 구멍이 좁아 머리를 들이밀고 공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아마도 앞발을 이용해서 닭을 당겨 저렇게 조금 먹다가 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본다면 참으로 당한 닭도 닭대가리다. 일부러 다리를 들이밀었는가? 앞쪽에 개 3마리가 있었지만, 뒤쪽에서 저런 일이 일어나도 개들은 몰랐나 보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남은 고기를 먹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텐데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

 

 

 

 

 

 

 

장탉이 쳐다보는 곳에 희생된 암탉이 보인다. 추측컨대 암탉이 바위와 철망사이 좁은 틈을 지나갈 때 밖에 매복해 있던 야생동물이 잽싸게 암탉의 다리를 자신의 앞다리 발톱으로 공격했을 것이고, 암탉은 좁은 틈에서 버둥대다가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주인에게 연락하고자 했으나 연락처를 농장에 남겨놓지 않았다. 철망 밑에 군데군데 야생동물이 파려고 한 흔적이 보이고, 조만간 그 구멍이 넓어지면 안에 있는 가금류는 몰살할 것이다. 이것을 주인이 본다면 철조망 밑을 단단히 단속하기 바란다.

 

 

 

 

 

 

 

"아무리 어리지만, 덩치는 큰데 앞으로 잘 지켜!!" 라고 하자

저도 미안했는지 슬쩍 고개를 돌린다. 오늘 저녁에는 밤잠 자지 말고 잘 지키거래이~

 

 

 

 

 

 

수성구청에서 욱수천을 정비하여 좋은 산책로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청둥오리를 비롯한 새들이 사람을 의식하고 도망가기 바빴는데 지금은 사람이 기르는 오리로 착각할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개울 옆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길손이 서 있자 한 놈은 길손의 동태를 살피고, 다른 놈은 자맥질을 하면서 먹이 활동을 한다.

 

 

 

 

 

 

 

 

 

오리는 그렇다고 치고, 쇠백로는 엄청 사람을 경계하여 가까이 갈 수가 없는데 오리가 안심하는 것을 보고 학습을 하였는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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