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31. 13:52ㆍ살아가는 이야기
여름과 가을 주말농장을 찾았던 인기척은 칼바람과 함께 흩어져 사라지고, 그들이 떠난 황량한 자리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몇 달이나 지났지만, 저를 부르는 길손의 목소리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개울을 건넌다.
제가 무슨 수컷 사자라도 되는지 갈기털을 한껏 부풀리면서 머리를 낮춘다. 이런 행동은 복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왼쪽은 파란색, 오른쪽은 노란색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오드-아이'다. 이제는 완전한 성견이 되었다.
왼쪽의 갈색 개는 오드-아이의 어미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쇠사슬에 묶여서 닭장을 지키는 강아지가 있다. 길손이 보기에는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는 강아지인데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경비를 잘못하여 닭 한 마리가 반대쪽에서 희생되었다.
주인의 문책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면서 닭장 안을 보니 아무것도 없이 휑하다. 살쾡이가 모조리 잡아갔나?
아하~ 한 마리가 있는데 닭은 아니고 기러기다. 한쪽 발로 하염없이 서서 길손을 보고도 꿈쩍도 안 하는 것이 혼자 남은 자신의 처지가 괴로운 것 같다.
오드-아이와 그 어미가 사라진 산 중턱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여 혹시 멧돼지에게 당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위험을 무릅쓰고 가파른 산길을 100m 정도 올라가니 낯선 농장이 있고, 임시 농막에는 개가 두 마리 있다.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소일거리로 작은 비탈을 일궈서 농장을 일궜나 보다.
작은 과실수를 심었는데 언제나 수확할 수 있을까? 서글프기 짝이 없다.
내려오려고 하는데 밑에서 요란한 자동차 엔진음이 들린다. 좁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도착한 차량에는 사냥개가 실려 있고, 곧이어 포수가 내린다. 그는 밑 동네에 사는데 안면이 있어서 인사를 나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산에도 멧돼지가 준동한단다. 지난 번에 두 마리를 잡았다고 하면서 사냥개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간다.
모두 산에 올라가고 길손은 내려갈 채비를 하고, 잠시 서 있는데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사냥개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내려온다. 멧돼지 냄새를 맡았는지 아니면 휴대폰이라도 두고 갔는지 그렇게 내려왔다가 또 쌩하게 위로 내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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