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30. 10:04ㆍ살아가는 이야기
외진 텃밭을 지키며 야생에서 생활하는 작은 개와 함께 욱수골 산책가는 길이다. 갑자기 개가 무엇을 보았는지 가파르게 경사진 산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절벽 제일 높은 곳에 흰점 두 개가 있다. 약간씩 움직이는 것을 보니 살아있는 동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 절벽에는 흰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인 어린 염소와 흰 염소가 함께 있는 것이 보인다. 옛날에도 이곳에 염소를 방목하여 등산하는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띄었는데 아마도 저 염소들도 방목 중인 염소 같다.
혹시나 개가 염소를 해칠까 봐 힘겹게 올라가니 상당히 가파른 바위가 보인다.
개는 같이 놀아달라고 하고, 염소는 그것이 귀찮고, 작은 염소가 있는 저 밑에는 그냥 절벽이다. 개도 무서워서 감히 접근을 못 한다. 길손도 밑을 보니 오금이 저린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 턱에 염소 두 마리가 발굽을 벌려서 단단히 고정시키고, 이쪽의 동태를 살핀다. 자칫 실수하면 20m 절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오드-아이 강아지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혀를 내놓고 헐떡이고 있다.
염소가 있는 바위에 앉아서 주변을 쳐다보니 초봄의 산이 물을 머금고 곧 싹을 피울 것 같다.
방목되는 염소들이 비를 피하기에 좋은 천혜의 장소가 보인다.
바위 밑의 구멍은 누가 인공으로 만든 것처럼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고, 염소 두 마리가 들어가서 누워도 넉넉할 만한 공간이 있다.
바위 주변에 쌓인 염소 배설물의 양으로 보아 이곳이 방목 염소들의 피난처이자 아지트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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