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3. 10:18ㆍ여행이야기
낙산사를 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저 홍련암만 기억이 난다. 추적거리는 빗길에 내키지 않는 걸음걸이를 한다. 이유는 문화재가 모두 불타버려서 새로 중건한 곳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라는 논리다.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서 낙산사를 들어서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낙산사가 매우 넓은 사찰이고 들어가는 구멍도 여러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금강송 같은 노송이 양쪽으로 웅장이 서 있어야 하는 길이 하찮은 활엽수가 대신 길손을 맞는데 참으로 비참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낙산사가 소실되는 데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큰 역할을 했다니 더욱 그렇다. 바짝 마른 산천에 바람이 그렇게 부는데도 담배꽁초를 영혼 없이 버린 그 불쌍한 인생은 지금 어떻게 사는가? 천인공노할 짓을 해놓고 반성은 하는지 모르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후대에 이렇게 낙산사 보물 동종이 화마에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모조품이랄지라도 그것을 알리려는 마음이 갸륵하다.
앞에 심어진 난쟁이 소나무는 고승을 비롯한 사람들이 정원 목을 사와서 기념 식수한 것이다. 참 어이없는 장면이다.
담장만 간신히 살아 남았던 것 같다. 갑자기 쓴 웃음이 나온다.
해수관음상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곳도 황량 그 자체다. 먼 훗날을 기약하고 금강송 작은 나무를 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저 소나무는 얼마나 거센 해풍을 견뎠을까? 거센 화마에도 살아남아 기특하다.
의상대에서 바라본 홍련암의 모습이다.
홍련암 지척에 촛불을 켜두는 곳이 있는데 누군가의 기원이 길손의 눈을 잡는다. 특히 살 빠지게 해주세요! 라는 글귀에서는 피식 웃음도 나오지만, 그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었겠나? 내가 한마디 더 한다.
"님아!! 살 빼려면 적게 먹고, 열심히 걸으면 된다.
만약 그렇게 해도 살이 안 빠지면 내가 책임질게~!!
오늘부터 당장, 콜라 마시지 말고, 아이스크림 멀리하고,
엄마에게 부탁해서 거친 현미밥 꼬박꼬박 먹으면
관세음보살님이 살을 빼주신다고 하는 것을 내가 몰래 엿들었다.
통닭이나 피자 같은 것 덜 시켜먹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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