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1. 14:57ㆍ살아가는 이야기
고향 후배가 키우는 사과가 막바지를 향해 붉은빛을 뿜는다. 봄, 여름 농약을 치고, 열매솎기를 하고, 온갖 어려움을 거친 후에 저런 빛깔로 후배에게 보답했다.
또 다른 후배가 재배하는 사과밭은 인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진 깊고, 외진 산속에 있다. 길손이 이 근처를 오고 싶어도 무서워서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오늘 후배가 들어간다고 해서 따라 왔다.
어릴 때 친엄마를 잃고, 지금은 작고하신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함께 부산에서 살다가 외지고 깊은 이곳 산속의 외딴집으로 이사 와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이젠 어엿한 가장이 된 후배는 억척같이 일을 해서 지금은 억대 농부가 되었고, 주변 땅을 계속 구매하여 부자가 되었다.
길손이 국민학교를 다닐 때는 아주 가끔 늑대도 볼 수가 있었는데 이곳 외진 곳에 살던 아이들은 학교가 늦게 파하여 날이 어두워지면, 어린아이들은 골짜기의 짐승이 무서워서 올라가지 못해 밑의 마을 어른들이 초롱불을 밝히고, 험한 길을 따라서 그들의 집에 데려다주곤 했다.
지금은 저수지 바닥으로 변했지만, 저수지 왼쪽 산밑으로 좁고 험한 소로(小路)가 있었는데 주로 땔감을 하는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다니던 길이었다. 물론 리어카도 다니지 못하는 좁은 길이었다. 외진 부락은 왼쪽 골짜기를 따라서 칠 리를 더 가야했다.
저수지 둑에서 아래를 본다.
길손은 국민학교를 다닐 때 정말 말리지 못할 정도의 개구쟁이였다. 근동에서 또래보다 자전거도 제일 먼저 탔고,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헤엄도 제일 먼저 배웠으며, 키는 비록 작았으나 끈질긴 근성이 있어서 별명이 대추 방망이었는데 대추 방망이처럼 단단하고, 야물어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무를 올라가는 솜씨도 같은 또래가 흉내를 내지 못했다. 특히 여름의 초입이 되면 따굴새라고 불렀던 때까치가 감나무 가는 가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데 따굴새를 왜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지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작은 알을 탐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요.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털도 나지 않은 빨가벗은 새끼를 둥지와 같이 내려서 만지고 쳐다보고, 그렇게 하고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길손이 고향을 떠올릴 때 언제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았던 따굴새의 "따따따다~~ 따악~ 따악" 특이한 울음을 오래간만에 고향에서 다시 듣는다.
사과밭이 많아서 농약 치는 기계의 소음과 강력한 농약 분무는 따굴새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말았는데 그게 다시 돌아왔으니 내가 장황하게 글을 쓰고, 동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마치 잃어버렸던 핏줄을 다시 만난 느낌!~ 바로 그것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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