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8. 13:30ㆍ살아가는 이야기
고향 후배들이 같이 풀밭에서 공이나 치자고 해서 이곳 구미 CC에 왔다. 후배들의 모습을 보니 이제 세월도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학교 다닐 때는 한낱 코흘리개로만 보았던 후배들도 이제 여러분야에서 사회의 기둥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5개팀으로 라운딩한다.
후배 하나가 지난번 문경 CC에서 홀인원을 했다면서 기념 골프공을 참석자에게 나눠준다. 홀인원은 골프 인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사람이 있기도 하고, 여러 번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심지어 머리 올리러 가서 홀인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마치 소년등과와 같이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서 결국 골프를 망친다고 한다.
이븐 데일 CC에서 머리 올릴 때 보았던 코스를 상기하자니 이곳 구미 CC는 초보 눈에 보이기도 상당히 준수한 느낌이 들고, 심지어 페어웨이가 넓어 보여서 자신감으로 충만했는데 이곳 첫 타석 드라이버 티샷에서 어깨를 꼬는 것을 잊고 손으로만 골프채를 돌렸는데 그만 야구 방망이 휘두르는 것처럼 되었다. 딱하고 맞는 소리는 났는데 왼쪽으로 활처럼 휘는 훅이 발생해서 왼쪽 나무 위로 얌전하게 날아가는데 따라가서 붙잡을 수도 없고, 그렇게 첫 타석부터 기분을 제대로 망치고 말았다.
첫 타석에서 훅이 발생해서 이번에는 오른 쪽으로 공을 보낸다고 생각하며 쳤는데 슬라이스가 발생해서 이윽고 멘붕 상태가 되었다.
지나온 두 번째 Par 5코스를 돌아본다. 시원한 느낌이 난다. 무엇인가 쫓기듯이 치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이런 운동도 천국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다.
세 번째 드라이버 티샷을 해야 하는데 공포감 그 자체다. 어떻게 때렸는지 모르겠는데 다행히 슬라이스가 나면서 멀리 카트 다니는 시멘트 길에 떨어진다.
같이 다니는 캐디가 길손을 보고는 미스터리한 사람이라고 한다. 드라이버 휘두르는 꼴을 보니 초짜가 분명한데 퍼터 실력이 구력이 15년이 넘었다는 사람보다 잘하니 혀를 찬다. 나도 모르겠다. 할머니 귀신들이 길손을 도와주는지~~
이곳은 Par 4 홀인 것 같은데 오른쪽에 보이는 여자 후배는 이곳에서 버디를 낚았다. 길손은 7번 아이언으로 휘들렀는데 아쉽게도 왼쪽 중간 비탈면으로공이 떨어졌다.
10번 아이언으로 60~70m 어프로치 샷을 했는데 공이 저렇게 그린에 앉아 있다.
현장을 본 후배의 폭풍 칭찬이 이어진다. 저렇게 똑 떨어져서 굴러가지 않게 하는 것을 보니 오래 친 자기보다 낫단다. 빈말인지 몰라도 기분이 업되었다.
방금 지나온 곳을 뒤돌아본다. 뒷팀이 저렇게 빨리 따라와서 걸음을 재촉하니 공을 치는지 도보 행군을 하는지 모르겠다.
또 드라이버 티샷이다. 앞의 페어웨이는 잘록한데 멀리 보이는 곳은 마치 잔디 축구장처럼 넓다. 이곳에 안착을 못 시키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친다. 역시나 긴 훅이 나오면서 왼쪽으로 돌아간다. 도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면서 그곳으로 간다.
이 넓디 넓은 곳의 중앙으로 보내지 못한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드라이버 한 달 경력으로 맞추기만 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카트에서 내리면서 보니 도랑 옆에 걸린 것 같다.
바위 옆 왼쪽 앞으로 주황빛이 보일 듯 말 듯
아마도 이 골프장에서는 저 안쪽으로 보이는 Par 3가 홀인원 하는 사람을 가장 많이 배출한 것 같다. 줄줄이 기념식수한 것이 보이는데
아마도 135m쯤 되는 것 같은데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홀인원 한 사람 중에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다. 연세가 81세다. 캐디가 첨언을 하는데 골프장 회장하고 같이 라운딩하면서 홀인원 했다고 한다. 혹시 슬쩍 공을 넣어준 것은 아닌가? 했더니 캐디가 펄쩍 뛴다. 그리고 그곳 홀인원 기념비들에서 웃기는 것을 보았는데 자신은 홀인원 하지 못하고, 동반자로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린 이도 있었다. 그것도 가문의 영광이라면 영광이겠다. 그분의 성은 공개하지 못하겠고, 힌트를 준다면 머리가 많이 벗겨졌는데 속칭 '뻐꺼지기'로 최고로 높은 자리에 정신 없이 올랐다가 가족 모두가 과거와 현재 모두 대단한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이제는 헬기 사격 명령의 우두머리다 뭐다 해서 피곤한 분이다. 아마도 돌아가시면 국립묘지에 안장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 이래도 눈치 못챘다면, 이번에 자서전 내서 또 설왕설래 말이 많은 분의 성(姓)고 같다. '병억'선생님! 좀 더 분발하세요^^
이곳은 Par 4로 기억되는데 홀컵 깃대가 있는 곳은 중앙 잘록한 부분에 보이는 산등성이 끝자락 뒤에 있었는데 길손이 친 공이 그만 슬라이스가 나서 산으로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그곳에 가니 내 공이 산을 맞고 튕겨 나온 행운의 공이 되어있었다.
이곳에서도 길손의 공은 애석하게도 훅이 나서 왼쪽 페어웨이 언저리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 버리고~
이 코스는 아예 안내판으로 슬라이스가 난다고 주의를 준다. 오른쪽으로 페어웨이가 많이 기울어져서 왼쪽으로 제대로 치면 굴러서 오른쪽으로 내려올 수 있는 그런 구조다.
'이 홀은 슬라이스 홀이므로 안전을 위해 좌측을 공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판이 있다. 공략한다는 글을 보니 마치 전쟁터에 온 느낌이 난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홀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손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는 캐디의 말도 빈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 Par 3에서 7번 아이언으로 한 번에 그린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라운딩하면서 최고의 기분을 맛본다.
오늘 피곤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마지막 홀에서 뒤돌아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비록 쩐은 깨지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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