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마스터피스(Masterpiece)CC

2017. 11. 8. 13:3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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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골프에 열정이 지나쳤나 보다. 드라이버 연습을 무리하게 하다가 늑골에 문제가 생겼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다. 보통 담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이 근육이 찢어졌거나 갈비뼈인 늑골에 금이 갔거나 아니면 부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다. 지난 5월 처음에 담이 결릴 때는 집 가까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 검사를 하니 늑골 부러진 흔적은 없고, 의사가 그저 근육이 파열되었다고 하여서 한 달 보름을 쉰 후에 연습했는데 두어 달이 지나자 또 결린다. 또 진통소염제를 먹으면서 일주일 쉬고 연습을 했는데 드라이버 연습하는 와중에 왼쪽 갈비뼈가 뜨끔하면서 이마에 진땀이 났다. 급히 병원으로 가서 CT 촬영을 하니 늑골이 이미 2~3주 전에 금이 갔었는데 붙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다시 부러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또 골프연습을 쉬고, 보름이 지났는데 이곳 고령 마스터피스에 라운딩 가자고 해서 포기할까 하다가 거절하지 못하고, 이곳에 왔다. 오늘이 생애 세 번째 라운딩이다. 

 

 

 

 

 

'masterpiece'는 '걸작, 명작, 대표작'이라는 뜻인데 스스로 걸작이라고 붙였으니 설계와 관리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오늘 라운딩을 기대한다. 

 

 

 

 

 

 

 

모형도 중앙으로 지나가는 길은 구마고속도로이다.

 

 

 

 

 

 

클럽하우스 홀 중앙에는 18홀 전경을 보여주는 모형이 있다. 서로 맞닿은 산봉우리를 따라 잘 배치했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잘보려고 했으나 모형도를 보호하는 유리에 천정의 LED 불빛이 비쳐서 산란하다.

 

 

 

 

첫 번째 티샷을 준비 중인 일행을 보면서 내가 오늘 무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름 동안 채도 한 번 안 잡아보고, 따라나선 길인데 오기 전에 누군가 코치하기를 몸을 절대 꼬지 말고, 욕심도 내지 말고, 손으로만 치라고 신신당부했다.

 

 

 

 

드라이버 공포가 생겨서 드라이버는 엄두도 못 내고, 유틸리니로 티샷을 준비한다.

 

 

 

 

유틸리티를 어깨 위로 올리지도 못하고, 팔을 허리 높이로 올려서 손목을 꺾어 코킹을 하고 왼쪽으로 손으로 채를 돌리면서 마치 삽으로 흙을 가볍게 푸는 것처럼 공을 쳤다. 피니쉬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렇게 쳤는데 신통하게도 볼이 100m는 나간 듯하다. 그렇게 조심해도 허리 뒤쪽으로 약한 통증이 온다.

 

 

 

 

이런 개활지에서 힘껏 치지 못하는 신세가 참 따분하게 느껴진다.

 

 

 

 

티박스와 그린 사이에 연못 해저드가 있는 파 3홀이다. 몸이 아프지 않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데 유틸리티와 7번 아이언을 두고 고민하다가 유틸리티로 엉거주춤하게 쳤는데 역시나 슬라이스가 나면서 물에 풍덩 하고 떨어진다. 일행 세 명은 모두 그린에 공을 올려놓았다.

 

 

 

 

멀리 클럽하우스가 보인다.

 

 

 

 

자존심은 있어서 레드(레이디) 티박스에서 할까 했지만, 이곳에서는 티샷을 포기했다. 저 건너로 공을 보내려다가는 남은 늑골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연못 해저드를 넘어서 티박스 아래로 그린이 보이는데 유틸리티로 보냈으나 역시 오른쪽 연못에 풍덩 했다. 다른 세 명은 모두 그린에 안착했다. 일행 중에 한 명은 끝나고 보니 80타를 쳤다. 60대 중반인데도 상당한 골프실력을 갖췄다.

 

 

 

 

바로 앞 팀인데 골프장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 왼손잡이가 친다. 왼손잡이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자기가 왼손잡이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지만, 오른손잡이가 대세인 세상에서 소수로 살아가는 데서 오는 온갖 위험, 편견을 극복하고 저렇게 열심히 골프를 치는 것을 보니 대견(?)하다는 느낌이 든다.

 

골프연습장에서도 한 층에 한 개가 겨우 있는 연습 타석에서 어떤 곳에서는 벽을 보고 서서 홀로 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오른손 타석에 있는 사람과 어색하게 마주보고 치기도 하고, 오른손잡이 프로가 왼손잡이를 가르치기도 서툴고, 잘 치는 친구가 도와주기도 거북하고~

 

길손이 왼손잡이를 폄하 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베트남에서는 왼손과 오른손을 어려움 없이 거의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손재주가 상당히 뛰어나서 삼성 휴대폰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청년들의 손놀림이 능숙하여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말을 들을 적이 있었는데

 

왼손잡이는 기타 같은 악기를 다룰 때도, 군대 가서 총을 쏠 때도, 나사를 돌릴 때도, 여닫이문을 열거나 닫을 때도, 칼을 사용할 때도, 냉장고 문을 열 때도, 만년필로 글을 쓸 때도, 공장에서 밸브를 잠글 때도, 자동차 문을 열 때도, 가위질 할 때도, 우측 통행 모두 불편하고 그런 상태가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되어 사고로 이어지고 수명단축을 야기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어린아이가 처음 글씨를 쓸데나 숟가락질을 처음 할 때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왼손잡이의 애환이 이곳에 나와있네요!! 왼손잡이 힘내세요!!^^

 

http://blog.daum.net/thelefthand/36

 

 

 

 

 

이곳에 앞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앞쪽에 있는 티박스를 지나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왼쪽 나무가 서 있는 곳을 넘으면 넓은 페어웨이가 있는데 길손이 아프지 않다고 하더라도 멀리 페어웨이에 안착시킬 실력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초보의 눈으로 보니 마스터피스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이다. 아마도 카트 앞머리 쪽으로 보이는 계곡에 들어가면 로스트볼을 순식간에 한가마니는 쉽게 주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손은 창피스럽지만, 앞 티박스에서 쳤는데 오른쪽 산으로 공이 올라갔다.

 

 

 

 

바로 다음 사진이 있는 홀에 오니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앞에 카트가 3개나 있었는데 이곳이 상습 정체 구간인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이곳이 정체 구간에 있는 매점인데 이곳에 만들어 놓은 것으로 봐서 설계자의 탁월한 시각에 경의를 표한다. 매점 발코니에서 오른쪽으로 밑으로 보니 구마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마스터피스 CC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 같았다.

 

 

 

 

매점에서 막걸리도 마시면서 놀다가 티박스에 와서 보니 이곳도 작은 계곡을 건너뛰는 홀이다. 잘치는 사람은 한 번에 그린에 올린다. 길손은 여기서도 유틸리티를 사용했는데 다행히 중앙으로 깨끗하게 날아가서 그린 50m 앞에 떨어진다.

 

 

 

 

 

아프지 않을 때는 18홀을 돌면 지쳤는데 손으로만 치니 피곤하지 않다. 이제 남은 홀은 한 개다.

 

 

 

 

이렇게 18홀이 끝났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따라왔지만, 페어웨이를 밟아 본 것으로 만족을 느낀다. 일주일 요양을 잘 해서 다음 주 토요일에는 포항에서 풀스윙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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