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4. 12:30ㆍ여행이야기
오타루를 떠난 지 2시간 가까이 지나서 지옥 계곡 입구에 도착한다. 이 근처에 에도 시대(江戶時代)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노보리벳츠(登別) 지다이 무라(시대촌, 時代村)이 있었는데 마치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 놓은 세트장의 느낌이다.
저곳이 시대 촌의 입구인데 세트장 느낌이 뭉실댄다.
시대촌 맞은편에 있는 저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것은 일본 음식도 아니고, 한국 음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 음식도 아닌 것 같은데 사실 모든 점심이 고역이었다. 일본에서 까지 관광 가이드들이 와이로(わいろ)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참 씁쓸함을 느꼈다.
네 맛도 내 맛도 없는 국적 불문의 점심을 먹고
모두 급조된 건물처럼 보였는데 일본은 조금 다를 것이라고 믿은 길손은 크게 실망한다. 관광지의 영혼 없는 세트장 같은 건물의 집합소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추운 날 알바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길손에게 폼을 잡아주는데 길손이 칼을 빼려고 하니 사양을 하면서 피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길손도 아니다. 결과는? 어린이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악한 칼이어서 실망을 하고,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모형의 표정이 정말 리얼하다. 이것은 우리도 닮아야 하겠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은 나가야(일본식 열립 주택)의 뒷간인데 나가야의 방은 한 가구 당 다다미 4장 반 정도 크기의 좁은 공간이고 개별화장실이 없었다. 대신 소코카(惣後架 そうこうか)라는 공동 화장실이 별도로 있었는데 화장실 문의 윗부분이 없었으므로 사용 중일 때는 머리가 보이고, 발판을 걸친 정도의 간이 변기 밑에는 흙 항아리가 묻혀있으며, 쌓인 배설물은 인근 농사꾼이 비료로 사들였다고 한다. 에도 시대에는 완전 순환형 사회로 종이 쓰레기나 재 등도 모두 전문업자가 사들여서 자원으로 재사용했다고 한다.
이미 똥도 자원으로 생각하고 사고 팔고, 자원도 재활용했다니 그래서 우리 조선보다 앞선 것 같다.
3박 4일의 일정이 길었나 보다. 지다이 무라 안에는 일본 전통 문화극장이라는 게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것을 보느니 차라리 낮잠을 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방 영주가 행차하였을 때 게이샤가 접대하는 것을 묘사했는데 영주(쇼군?)역할을 하는 사람을 관광객 중에서 자원하는 자를 선발하여 연기를 시켜서 우수꽝스럽게 하는데 제일 오른쪽의 주인공 역할은 말레이시아 남자가 맡았다.
옆 건물에서는 닌자((忍者/にんじゃ)에 대해 공연을 하였는데 정말 실감 나게 해서 그나마 좋은 느낌이 든다. 약간 과장된 느낌도 있었으나 사무라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술실력도 실력이겠지만, 적을 기만하는 전술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무라이가 살았던 집을 재현한 곳을 간다. 이곳은 제법 실감나게 지었다.
이곳 일본도 자료관에서는 시대극을 많이 촬영하였나 보다.
일본도를 제작하는 과정을 전시했는데 시대에 따라 변한 일본도의 모습이 있다.
사무라이가 지내던 방을 재현해 놓았다.
길손이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나 보다. 앞에서 게이샤 공연하는 곳에서 게이샤의 몸종 역할을 하던 아가씨였는데 입고 있는 옷이 무척 추워 보였다. 사요나라! 작별을 얘기하는 아가씨의 쓸쓸한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사무라이인 것처럼 묘한 느낌이 들면서 저 큰집에 홀로 두고 떠나는 지아비처럼 가슴이 한편이 시려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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