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대 졸업식장에서

2018. 2. 20. 11:2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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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중견 교사를 향해 나아가는 딸이 어렵게 논문심사를 통과해서 석사학위를 받는 날이다. 오늘은 교대를 막 졸업하는 학사학위수여자와 같이 졸업하니 종합대학보다는 인원이 적어도 사람이 제법 붐빈다.

 

 

 

 

 

 

교문을 들어가서 행사장을 향해 가는 입구에 선배인지 후배인지 아니면 친구인지 희귀한 성씨(姓氏)를 가진 친구가 졸업 축하 카드를 걸었다. 참 의리가 있어 보이니 보기가 좋다. 그런데 강아지가 "아빠 돈 벌어오세요"라고 쓰인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한데 다행이도 "아빠 돈 많이 벌어오세요"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고, 플래카드를 건 이가 교사생활을 해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는가 싶다. 그러나 교사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참다운 스승이어야 하니 결과적으로 저 플래카드는 뭔가 5% 아쉽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학부모를 비롯한 학생이나 주변인들이 선생님을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만 보기에 선생님을 업수히(없이) 여기는 불량 학부모와 학생이 양산되는 것은 아닐까?

 

어린 학생에게 끼치는 선생님의 역할은 지대하다. 스승의 격려 말 한마디에 큰 꿈을 꾸어서 사회에 우뚝 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받은 말로 인생을 망치는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생님을 믿고 학생을 맡겨야 하는 이유다.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과 성의를 다해 참다운 교육을 위해 애쓰는 대다수 선생님들의 기를 죽이는 학부모의 몰상식한 행동이 교육현장에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제 자식이 학교생활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가정교육을 소홀히 한 채로 선생님을 업수히 여기며, 때로는 몰상식하게 교사에게 폭력까지 행사하는 그런 불량학부모를 보면서 불량학부모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그런 낭패를 당하는 선생님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요 딸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행동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아들, 딸만 최고이고, 고귀하다는 생각을 고치지 않는 한, 그런 부모의 밑에서 자란 아이의 장래는 그 부모와 같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가 있다.

 

 

 

 

 

 

 

 

 

 

 

 

강당은 비록 비좁았으나, 그렇다고 선생님의 길로 나서는 그들의 열정까지도 좁은 것은 아니다.

 

 

 

 

 

총장님의 축사가 이제 막 교육현장으로 나가는 초임 선생님이나 중견 교사의 길로 들어서는 석사학위 수여자에게 짧고 강하며, 참된 스승이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듣는 길손은 정말 부끄러웠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이제 막 초보 스승으로 나서는 선생님보다 낫게 산 게 없었기 때문이다. 석사학위 수여자에게는 따로 단상에서 총장님과 내외귀빈이 함께 기념촬영이 있었다. 오늘은 뭔가 매우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