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4. 09:38ㆍ살아가는 이야기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조선일보 DB
얼핏 들으면 맞는 것 같은 말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방 들통나는 교묘한 궤변(詭辯)과 여론 호도(糊塗)를 일상적으로 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다면 그런 집단이나 사람이 하는 말에 처음에는 속고 있다가 나중에는 알아차리고, 일반 사회생활에서도 서로 만나기를 꺼리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그들의 말과 행동에 점차 신뢰감이 없어진다. 무지몽매하거나 무조건 교주를 맹신하고, 따르는 사이비종교의 신도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궤변이나 여론 호도에 부화뇌동하는 일이 없다.
어제 뉴스를 보니 여당의 어느 의원이라는 사람이 김영철의 訪韓에 대해 대충 이런 얘기를 한 것 같다.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 간 회담에 김영철이 북한 대표로 왔을 때는 가만히 있던 야당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내가 아는 군사회담이라는 것은 전쟁 중이라도 할 수가 있다. 또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야 마땅하다. 그런 군사회담이 열린 곳은 한국군이나 미군의 관할이 아닌 정전협정에 의한 유엔군사령부의 엄격한 통제하에 있는 엄정한 중립지대인 '판문점'에서 김영철을 만난 것과 완벽한 우리의 영토인 서울 한복판, 한국의 심장인 청와대에서 그와 조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논리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요. 궤변(詭辯)의 절정이다. 혹세무민의 세상에 궤변이 판치는 나라를 보노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재 정부·여당은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 당국 간 회담에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로 나섰다며, 이번 방문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4년 김영철과 2018년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당시는 서해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을 수습하기 위해 김영철이 군 고위 대표 자격으로 남북 군사회담에 참석한 것으로 이번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유동열 원장은 "휴전 중 발생한 교전 처리를 위해 유엔군사령부 관할의 판문점에서 군 당국이 접촉한 것은 규범에 따른 일"이라며 "도발 책임자를 '손님'으로 초청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23일 통일부는 "(2014년 당시) '천안함 폭침' 책임과 관련해 어떠한 논란도 제기된 바 없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 군 당국은 판문점에 나온 김영철에게 천안함·연평도 도발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의 대표단 파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김영철에게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가 왜 '증거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4/20180224001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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