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6. 20:42ㆍ살아가는 이야기
한때 국내 최대의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졌던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도 가뭄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바닥을 거의 드러냈으나 다행히도 이틀 전부터 내렸던 봄비로 바깥 수로에서 물이 공급되는 중이다.
두꺼비가 알을 낳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지금쯤에는 저수지의 수위가 만수위에 가까워야 하나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도 두꺼비의 간절함을 모르는 강태공들은 블루길 낚시에 여념이 없다. 이 사람들도 두꺼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낚인 블루길을 잡아서 가져가거나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손맛을 보고는 즉시 저수지로 풍덩 하고 던지는 것이다. 그냥 죽이면 좋을 텐데
저수지로 감질나게 들어오는 물을 찍고 있는데 난데없이 "혹시 환경단체에서 나오셨습니까?" 하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뭔가 잘못을 하고 있는데 고발하기 위해 사진 찍는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뒤를 돌아보니 30~40대로 보이는 남자 넷이서 지켜보고 있다. 누구냐고 하니 '수성구청 공무원'들이란다. 아마 두꺼비는 산에서 내려오는데 저수지 물은 없고, 누군가 수성구청에 강하게 항의하였던 것 같다. 애초에 길손은 공무원들의 대책 수립했다는 말이나 현장을 보고 조치했다 하는 얘기는 그냥 한 귀로 흘려버린다. 그 대책이라는 것이 늘 공무원 캐비닛에 처박혀 있다가 밖에서 소란이 나면 공문에 쌓인 먼지를 털고, 그 자료를 끄집어내서 담당자, 담당, 과장, 국장이 머리를 맞대고 짜깁기 한 것이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들은 저수지 주변 사진을 자꾸만 찍는 길손이 두꺼비의 생존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내 평소 소신인 두꺼비 생존을 도우려면 외래 민물 어종인 블루길을 퇴치해야만 된다고 침을 튀긴다.
아마도 공무원들은 두꺼비 현장 민원을 챙기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가 누군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또 민원이 늘겠구나 하는 표정이다.
두꺼비 올챙이가 망월저수지에서 블루길을 피해 숨을 수가 있는 유일한 수초지대가 물 위에 나왔다.
전시행정의 달인인 공무원들을 예의 두꺼비 올챙이 피난처인 말라 비틀어진 수생 갈대(?)숲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가는데 스님이 무엇인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 저수지로 오셨다.
바구니에는 두꺼비 성체가 들어있었다. 스님의 말씀으로는 저수지는 말랐는데 일주일 전부터 가뭄에 대한 방송을 한 번도 듣거나 본 적이 없는 두꺼비들이(두꺼비들이 돈이 없어서 텔레비전을 구하지도 못했겠지만) 그저 어른 두꺼비에게 듣고, 옛날만 생각하고 내려오다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을 이렇게 구조하신 것이다. 스님은 애가 탄다. 작년보다 아주 적은 수가 내려온다고 한숨을 쉰다.
'스님~! 복 받을껴~~^^'
이 저수지가 현재 처한 큰 딜레마가 있다. 풍문에 의하면 이곳 저수지는 7~8명의 소유자 있는 엄연한 사유지라는 것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두꺼비가 없어져야 이곳을 매립하고, 비싸게 땅을 팔거나 개발할 수가 있는데 그놈의 두꺼비때문에 재산권 행사가 자유롭지 못하다.
이곳이 비록 농사용 저수지라고 하지만, 과연 몽리자가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사실 농사용 저수지로서의 기능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수성구청 공무원은 이곳이 생태공원(?)으로 지정되어야 저수지에 있는 블루길을 잡든지 말든지 하고, 어떤 조처를 할 수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속으로는 아마도 두꺼비가 빨리 멸종이 되어야 이런 고생은 안 하는데 할 것같다.
그리고 사찰의 입장에서는 이곳이 현상유지가 되어야 사찰의 풍광이 살고, 분위기가 좋은데 만약 이곳이 매립되어 앞에 큰 건물이 선다면 완전히 망조(亡兆)가 드는 것이다. 길손의 판단이 그렇다.
멀리서 보니 정말 황소가 걸어가면서 지리는 오줌처럼 감질나게 저수지로 물이 공급된다. 저런 양이라면 앞으로 열흘이어도 저수지를 가득 채우기가 힘든데 그렇다고 두꺼비보고 출산을 열흘 늦춰달라고 할 수도 없다. 수초(水草) 안에서 산란하지 않는다면 알이나 올챙이는 백발백중 블루길의 뱃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시원찮은 눈을 뒤집어 까다시피 하면서 물속에 있는 두꺼비를 보니 채 10마리도 되지 않는다. 이것 정말 큰 일 났다. 국내 최대두꺼비 산란지라는 이곳이 이렇게 생명을 다하고 마는가?
마른 갈대가 보이는 이곳 뒤쪽에 알을 낳아야 블루길에게 먹히지 않는데 어느 천년에 물이 찰꼬?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들은 이곳을 통과하다가 차량에 로드킬 당하기도 하고,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저쪽 산에서 많이 내려온다고 한다. 아마 산도 산 나름이어서 두꺼비가 좋아하는 골짜기가 있는 것 같다.
이곳에서 구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두꺼비의 기척이 없다.
스님이 미륵불상 주변을 보다가 두꺼비를 찾았다고 해서 그곳으로 급히 간다.
완전한 성체는 아닌 중간 크기의 두꺼비가 코를 벌름거리며 길손을 노려보는데 산에서 왕림하느라 지쳤는지 길손의 기척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사찰 미륵불 주변에는 고라니도 왕림하는 것 같다. 배설물의 양으로 보아 여러 마리가 난리부르스를 추는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던 두꺼비라도 밟으면 그냥 즉사할텐데~ 고라니라도 이때는 참아줬으면 좋겠다.
사람 걸음으로 친다면 망월지에서 이틀이 족하게 걸릴 거리에서 안타까운 두꺼비의 주검이 있다. 밤낮으로 본능을 따라 저수지를 향하다 차량에 치여 죽은 것이다.
저수지를 떠나 위로 올라가면서 버드나무를 보니 복층처럼 보이는 까치집이 있다. 까치집이 궁금한 길손은 이런 다짐을 한다. 언젠가는 까치집에 올라가서 안을 꼭 들여다 볼 것이라고
얼마나 야무지게 지었는지 바람도 쉽게 통과하지 못할 것 같다.
까치집에 들어간 까치가 알을 낳는지 나오는 장면을 찍으려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기척이 없어서 나무 밑동을 발로 차니 약한 진동을 느낀 까치가 지진이 났나 하고 황급히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들어갈 때 앉았던 곳에 나올 때도 앉는 것을 보니 까치가 선호하는 앉는 자리가 있는 것 같다.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이 산란하는 곳에 건너가려니 제법 많은 물이 흘러내려서 건너다가 신발을 적시고 말았다.
예전에 볼 수가 없었던 엄청난 양의 북방산개구리 알이 보인다. 작은 웅덩이에 물이 가득한데도 중앙이 봉긋하게 솟아올라서 마치 소가 질펀하게 똥을 싼 것처럼 한 눈에봐도 엄청난 양이다.
위에서 물은 계속 공급되고 있고, 신기한 것은 이런 천혜의 장소를 개구리와 도롱뇽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것이다. 정말 자연의 신비다. 개울 바로 옆이지만 웬만한 큰물이 지지 않으면 범람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작은 웅덩이를 자세히 살폈으나 도롱뇽의 알은 보이질 않는다. 그들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닐 것이고, 아직도 이곳에 나타나지 않으니 요즘 물가도 오르고, 대구 경기도 좋지 않으니 서울로 짐 싸서 이사 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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