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28. 12:30ㆍ맛집과 요리
직장 동기의 정년 퇴임식 때문에 빗속을 뚫고 포항에 왔다. 그가 안내한 웅진 횟집인데 물회를 잘한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착하니 주인은 없고 출입문은 열려있다.
운전석에 보이는 저 양반이 이 집 바깥주인이자 활어를 잡는 어선 '웅진호'의 선장이다. 그러니까 횟집에 아무도 없었던 것은 선장이 바다에서 그물을 올렸던 것이고, 안주인은 그것을 거들려고 나갔는데 전화를 하니 1시간 30분 후에서나 식당에 도착한다고 해서 우리 일행은 의견이 분분했다. 비가 오는데 다른 식당으로 가자는 둥, 어쩐다는 둥 하다가 물회를 특별히 잘한다고 하니 다시 또 올 수는 없는 것이고 기다리자는 길손의 우격다짐이 통해서 그렇게 방안에 주저앉아서 1시간 반을 기다렸던 것이다.
수조 안에는 '성대'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오리를 닮았다. 이넘들은 헤엄도 치지 않고, 모두 일렬횡대로 바깥을 보고 있었는데 무심히 쳐다보는 것 같은 물고기도 보이고, 길손을 째려보는 물고기도 보이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물고기도 보인다. 아무리 천한 미물이라고 해도 뭔가 길손에게 시그널을 보내는데 이것을 쳐다보는 자체로도 할 짓이 못 된다. 내가 물고기를 보는지 아니면 물고기가 바깥세상과 길손을 보는지
이 물고기는 햇대라고 했는데 이 물고기는 성대에서 느꼈던 기괴함이 느끼지 못하겠다. 시선도 제멋대로 행동도 제멋대로
죽었거나 죽음이 임박한 물고기는 저렇게 건져서 버리는데 손님과 식당 주인과의 신뢰가 이런 것에서 시작된다.
웅진호의 모습이다.
이 식당도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님이 다녀가신 것 같다.
우리는 도다리 물회(12,000원)를 시켰다.
밑반찬으로 나온 것은 상당히 소박하다.
생선찌개가 먼저 나왔는데 안에는 복어가 들어있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1시간 40분을 기다려서 도다리 물회가 나왔다.
궂은 날씨가 아니었다면 물을 넣었을 것인데 물을 섞지 않고 나온 그대로 비벼서 먹었는데 신통하게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역시 물회는 포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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