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24. 16:30ㆍ살아가는 이야기
군 전우의 장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도착하니 첫눈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폭설이 내렸다. 결혼식을 모두 마치고 다시 대구로 돌아오려고 서울역에 다시 왔다. 아침에 전철을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다가 김정은과 현 정권을 규탄하는 걸개그림을 잠깐 보았었는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늘고 쉰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끊임없이 하늘로 날아 올라간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글귀와 김정은을 규탄하는 글귀가 1톤 트럭에 걸렸다. 아마도 기독교가 보수우파의 큰 일익을 담당하는가 보다.
70대 후반으로 보이고, 이빨이 듬성듬성하고 남루한 차림의 할배가 쉰 목소리로 연신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내용이 어떻든 이렇게 매서운 날씨에 나라를 걱정하는 것을 보니 할배보다 그래도 나이가 적은 길손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다. 길손이 할배가 걱정이 되어 이제 그만하시라고 해도 손을 저으면서 하던 일을 계속한다. 따뜻한 집에서 귀여운 손자 손녀와 부인과 오손도손 웃고 지내야 하는데 누가 저 할배를 차디찬 서울역 광장으로 내몰았나?
탄핵 서명을 받는데 그 성적이 놀랍도록 저조하다. 우리 민족은 아무래도 파벌싸움의 DNA가 뼛속 깊이 자리하는 것 같다. 조선 시대의 당파싸움도 부족해서 해방 후의 좌우익 갈등, 신탁과 반탁, 여순 반란사건 등등을 거쳐서 아직도 좌우익(?)대립이 첨예하니 단합해서 어려움을 헤져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니 나라의 앞날이 오늘 날씨처럼 을씨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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