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3. 13:30ㆍ살아가는 이야기
황토 시골집에서 점심을 먹고 팔공산 산허리를 따라 드라이빙을 하는데 이미 단풍은 절정을 넘어섰고, 생명을 다한 잎들이 떨어졌거나 떨어지려고 하는 을씨년스런 풍경을 하고 있다. 그래도 볼 만하다. 열흘 전쯤에 왔으면 좋았을 것을
예전에 왔을 때는 "돌 그리고~" 였는데 이번에 보니 "돌 그리고 밥상 Coffee"라고 되어 있다. 돌 공원에 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슬래브 건물 뒤로 돌아가면 돌 아저씨가 기거하는 가정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곳에서 차와 음식을 파는 것 같다. 이런 좋은 돌을 공짜로 구경시켜 주는데 다음에 와서 밥과 커피를 사 먹어야겠다.
이곳에 있는 남근석은 100% 자연석으로 모두 조각한 것인데 모든 남근석의 귀두 부분에 있는 흰 띠는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선을 따라서 조각을 했다고 하니 그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채희복씨는 이 흰띠를 보는 전문가라고 한다.^^
마치 귀두 부분에 금줄을 두른 듯한 모습의 남근이 줄을 서 있는데 꼬마 것도 있고, 청년 것도 있고, 근데 할배 것은 없네? 전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있구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할배 것도 있네~ 허리를 굽혀 서로 인사를 하네~
길손이 저곳에 갔을 때 어떤 노부부가 이곳에서 구경하다가 할머니가 마치 엉덩이 사이로 빠져나온 듯한 남근석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입을 막고 웃느라고 포즈를 취하지 못한다. 길손이 농을 한다. "아주머니 평생 사시면서 저렇게 크고 실한 고추를 달아본 것도 처음이지요?" 하니 얼굴을 붉히고 파안대소한다.
이곳 돌 공원, 돌대가리들의 왕초는 '채희복'氏이다. 1만3천223㎡(4천여평)의 땅에 트럭 780대 분량의 자연석을 수집해 '돌 그리고' 공원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그다. 그는 함양군에서 농수용 댐을 만들기 위해서 그곳에 있는 큰 돌을 치워야 하는데 이미 그돌은 재일교포 야쿠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다. 그는 재일교포 야쿠자에게 무릎까지 꿇어가며 설득해서 1997년 트럭 600대 분량을 5개월간 실어날랐다고 한다. 지금은 트럭 780대 분량으로 종류도 3천200여종이라고 한다.
그 사연은 이곳에 들어가보면 된다.
https://cafe.naver.com/dolland/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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