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의 쓰름 매미
2018. 9. 24. 15:30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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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이 비교적 작고, 비옥한 농토가 적었으며, 대체로 거칠었던 농토가 많았던 우리 고향은 역설적으로 배수가 잘되어 과수 농사에 안성맞춤이었다. 혁신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일부 농민이 부사 사과 품종을 도입하면서 옛날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부농이 되었고, 특히 곶감 생산이 본격화하며, 억대 농가가 많이 생겼고 예전과 다르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부유해졌다.
보릿고개가 무슨 고개인지 아는 우리 세대는 늘 배가 고팠고, 늘 굶주림에 시달렸다. 가을의 초입에 오면 감나무에도 튼실한 감이 열린다.
어린 동심은 책 보따리를 집에 풀어놓고, 근동에 제법 많은 농토와 밭이 있던 친구의 감나무 밭으로 향하는데 감나무에는 아직 완숙되지 않은 홍시가 많이 달려있었다.
감나무 밑에는 대체로 들깨가 심어져 있었고, 고무신 신은 맨발로 독사를 피하면서 들깨 이랑사이로 떨어진 홍시를 찾아다닐 때 감나무에 붙어 울어대는 ‘쓰름 매미’의 울음소리(?) 노랫소리가 참 청아하게 들렸었다.
이번 秋夕 故鄕의 대문에도 대봉감이 열렸는데 그곳에서 쓰름 매미가 청아한 목청으로 짝을 찾는다. “쓰~름, 쓰~~름~” 갑자기 손아래 누이가 생각난다. 어렵던 시절을 함께 지내며, 같이 굶주렸던 그 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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