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부겸을 보면서

2019. 4. 12. 12:08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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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 김부겸에서 국회의원 김부겸으로 돌아왔다는 현수막이 동네에 걸렸다. 내가 김부겸이라는 의원을 안 것은 막연히 경기도 군포지역 국회의원이고,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던 이부영·이우재·김부겸·김영춘·안영근 의원이 정치개혁을 위해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분을 내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짓으로 탈당했기 때문이다. 2003년 여당인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이동할 때 그가 주목받는 정치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때인 그 당시에도 나는 재야 기질이 강한 이부영이라는 정치 거물과 한나라당이 한 우물을 마시고 살았기 때문에 국민의 눈에 비치기엔 당내에서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건강한 정당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한나라당에서는 적어도 옥과 같은 보석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되기 전의 새누리당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하태경 의원이다. 진보적인 색채를 지닌 그가 새누리당에 있었기에 이부영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보수 정당이란 생각을 유권자에게 심어줄 수가 있었다. 최근 바른미래당에서 보이는 행태(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등 일부 보수 우파를 정확한 논리도 없이 평소 그 답지 않는 거친 표현으로 신랄하게 공격하는 것)는 아주 실망스럽지만, 당시는 그랬다. 


서론이 길었다. 그가 처음 수성구갑에서 출마하여 낙선하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김부겸이가 대구를 떠나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얼마나 빠를까? 아니면 늦을까? 였다. 보수의 聖地와 같은 대구 수성구갑에서 애초에 진보정당인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무모한 행동이었는데 그런 그가 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고, 이곳을 떠나지 않고 맨발로 지역민심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지역행사에 빠짐없이 조용히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지역 유권자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진심으로 유권자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철옹성과 같았던 유권자의 마음이 서서히 움직였던 것이다. 그를 가끔 지근거리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늘 한결같은 겸손함과 누운 풀과 같은 그의 처신, 그리고 진심을 다한 그의 경청과 언행의 진중함이 그를 돋보이게 했고, 그것이 그의 강력한 무기이자 강점이었다. 그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면, 그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인가 하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理由다.


대구 수성구갑에서 그런 김부겸을 지역구 의원으로 가졌다는 것은 분명히 지역구 주민들의 복이다. 그런 그가 장관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지역구의 현실은 작년의 그것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녹녹지가 않다.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가 속한 정당과 그 소속의원들의 오만불손과 오만방자, 온갖 궤변으로 무장한 여당과 청와대의 행태를 보면서 지역 주민들은 심한 좌절감과 함께 환멸을 느끼고 있다.


다음 총선에서는 김부겸의 싸움이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과 여당, 집권 세력과의 한판 싸움으로 움직여져서 김부겸이라는 인물은 온데 간데 없고, 오만과 방종으로 가득한 집권 여당, 정권 심판론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변질한, 그런 난장판 선거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 심히 우려된다.


김부겸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의 행태를 따르자니 당선을 장담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지역 민심만을 따르자니 집권 여당이 등을 돌려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의 위상은 자꾸 멀어질 것이고,


그러나 김부겸의원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내년 수성구갑 선거에서 낙선한다면,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그야말로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이기 때문이다. 그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