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16. 20:57ㆍ살아가는 이야기
대구농업마이스터고(구 대구농고)에 있는 저수지인 '가전지'에 여러 마리의 오리처럼 생긴 집 기러기들이 있었는데 최근에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그런데 오늘 저녁 산책을 하러 가다가 보니 이 학교 학생 여럿이서 이 녀석을 보고 키득거리면 웃고 있다. 아마 짓궂게 하니까 '쐐~액~ 쐐~액' 하면서 머리의 털을 곤두세우면서 공격을 하려고 하니 그게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보고 저게 뭐냐고 물으니 모두 '오리'라고 한다. 그들의 눈에는 거위도 오리고, 기러기도 오리로 보이는가 보다.
분명히 이 집 기러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해가 넘어가니 저수지 근처에 있는 학교 실습실 사무실 동으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학생들을 만난 것이다. 먹이질 한 것이 소화되지 않았는지 출입구에 한바탕 걸쭉하게 설사를 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기러기를 밖으로 쫓으려고 했고, 이 기러기는 물러서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러기 똥꼬에도 묽은 똥이 잔뜩 묻어 있었는데 사진 찍지를 못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으려니 또 쌔액~ 쌔액하면서 덤비려고 한다. 콧잔등에 붉은 돌기가 솟은 것으로 보아 기러기가 틀림없다. 그런데 다리가 조금 이상하게 보인다.
원래 뒤뚱거리는 걸음이 더 뒤뚱거리는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오른쪽 다리의 물갈퀴가 다 떨어져 나갔다.
전쟁터에 나가서 저렇게 되었을 리는 없고, 저수지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 너구리의 소행으로 짐작이 되는데 혼자 저렇게 사는 기러기가 무슨 낙이 있겠나? 요즘 같은 세상을 사람들은 대다수 저 기러기와 같은 심정이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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