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5. 21:30ㆍ살아가는 이야기
정말 오래간만에 능구렁이(능사)를 보았다.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동네 산책길에 나섰는데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어두컴컴한 길을 가고 있었다. 주변에 주말농장이 있고, 그 옆에는 아파트가 있어서 뱀의 먹이가 되는 개구리도 없는 이곳에 뱀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밤에는 뱀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옆지기가 바닥에 뱀 비슷한 것이 있어서 놀란다. 길손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움직임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골에서 가끔 보았던 능구렁이다.
길바닥을 발로 크게 굴렀더니 진동을 감지하고, 몸을 움츠리며 똬리를 튼다. 아직 작은 새끼다. 어릴 때 어른들 말씀은 능구렁이는 밤에 움직이고, 비가 오려고 하면 크게 운다고도 하는데 뱀 세계의 제왕이라고 한다. 적갈색의 무늬가 보기가 좋은 능구렁이는 다른 뱀을 잡아먹기도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을 것이다. 옛날에 땅꾼에게 잡아가면 독사보다 더 후하게 값을 쳐주었다.
능구렁이가 발견된 곳은 밤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어두컴컴한 길이다.
제 딴에는 살겠다고 도망을 치는데 밝은 가로등 불빛으로 나왔다. 이 구렁이는 독도 없거니와 새끼여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대로 두고 가면 산책하는 사람에게 밟혀 죽거나, 자동차에 로드킬 당할 수도 있어서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다.
능구렁이는 환경 보호종이어서 잡으면 안 된다. 풀려난 능구렁이는 길옆 수풀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능글맞고, 능청스럽고 넉살 좋은 사람을 일컬어 능구렁이 같은 놈이라고 하는데 도망가 는 것도 능구렁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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