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9. 21:00ㆍ살아가는 이야기
작년 겨울에도 못 보던 풍경이 오늘 저녁에 보인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마냥 기다란 억새로 덮이고, 지저분하게 만 보였던 저수지 둑이 오른쪽의 갈색 부분은 방부목재로 만든 길이고 왼쪽에는 가는 자갈이 덮인 산책길로 만들었는데 대구 스타디움의 웅장함과 더하여 대단한 야경을 선보인다.
스마트 시티를 홍보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은데 저수지와 작은 도로가 접한 곳에는 상당한 크기의 전광판이 있었는데 대구 스타디움 앞을 지나는 차량에 보이기 위함인지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기를 낭비하고 있다. 저수지에 있는 청둥오리가 볼랑가?
정치적으로 천대받는 지방 고아로 전락한 대구에서 무슨 예산이 있다고 저렇게 전깃불을 밝히나? 꼴뚜기가 뛰면 망둥이가 뛴다고, 중앙 정부에서 아껴야 할 자원을 펑펑 써대니까 대구 시장도 덩달아서 깨춤을 추고 있는가?
전광판 건너편 길가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는데 차량을 두고 어디로 갔는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곳에 덩그러니 차량만 있다.
스마티 시티를 홍보하는 전광판도 보는 이 없는 곳에서 홀로 쇼잉을 하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김정일이 상하이를 보고 얘기했던 것처럼 '상전벽해'가 일어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칠 것임에는 전문가나 비전문가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지만, 휘황찬란한 야경은 그것을 비웃기나 하듯이 지나는 이 없는 곳에서 저렇게 불을 밝힌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현실에서 전혀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백성들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이 썩어가는 속을 감추는 것처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함부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저 전광판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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