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1. 17:30ㆍ여행이야기
'세종특별자치시'에 두 번 째 온 길이다. 평생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그 인연 따라 하룻밤을 묵은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후 5시가 넘어서 일몰 시간이 되어가지만, 바쁜 걸음에도 정부세종청사는 꼭 보고 싶어서 왔다.
내비 안내에 따라 맨 먼저 도착한 곳이 바로 환경부 앞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이동통로의 모습은 마치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高架 철로처럼 보인다. 환경부 앞 도로에는 환경정책에 불만인 단체와 국민들의 플래카드가 길손을 반긴다. 환경부장관이란 자리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지 낙하산이 많이 내려오는 곳이라 착륙장이 안전해야 하는데 착륙장인 도로에 저렇게 많은 반대 플래카드가 있으니 이곳에 안전하게 착륙할지 모르겠다.
이곳은 해양수산부 앞이다. 가거도 주민들이 뭔가 뿔이 났다.
길손은 정부세종청사로 인해 생긴 세종특별자치시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辭典의 뜻 그대로 계륵같은 존재다.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뼈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 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국가균형발전을 한답시고, 대통령 준비가 안된 어떤 초보 통치자가 꿈으로만 큰 그림을 그려서 행정수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그만 누더기가 되어서 지금의 형편이 되었다. 그는 청와대도 옮기고, 국회도 옮기고, 대법원도 옮기고 싶었지만, 서울에 살고 싶었던 권력자들이 순순히 그의 제안에 응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 그는 아마도 순진했거나 무능했을 것으로 본다.
원래 통치 경험이 없었던 당시의 그 통치자나 그의 뒤를 잇는 그 통치자의 아류인 현 통치자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불리는 分配主義者, 진보라고 불리는 세력(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진보라고 할 수도 없다)들의 고질병인 '탁상공론'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談論에 그야말로 구리디 구린 똥물을 뒤집어씌운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각 부처의 건물을 용의 모습으로 잇다 보니 필히 만나게 되는 도로에는 건너가는 통로를 만들거나 아니면 그 위에 사무실을 바로 배치하기도 했는데 그런대로 보기는 괜찮다.
그 초보 통치자의 순진함은 국회가 이곳으로 오지 않음으로써 공무원들의 서울방향 無限 출장비 낭비라는 大尾를 장식했는데~ 국회가 부르니 장관은 가지 않을 수가 없고, 그들의 뒤치다거리 하는 쫄병 공무원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교통비로 날리는 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우수한 인재를 행정고시로 선발하고, 고시 선배들이 후배를 알뜰살뜰 트레이닝시켜서 국가의 간성으로 키웠는데 선배나 후배들이 국회를 분주히 다니느라고 후배 챙길 틈이 없어서 후배들의 나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날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어떤 고위 관료가 한탄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국회와 정부세종청사를 멀리 두고 국가경쟁력이 생기는가??
정말 어마어마하고 웅장한 규모다. 용의 머리에서 꼬리까지 구경하려면 얼추 1시간은 걸리겠다.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줄지어 서 있다. 금요일이 되면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라는데~ 그러게 말이야 대부분의 친구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관사나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금요일이면 처자가 있는 서울에 올라간단 말이 아니더냐? 정부대전청사에 예전에 갔다가 택시 기사에게서 들은 말인데~ "서울 공무원들이 대전에 와서 똥만 싸고, 올라가서 대전에 떨어지는 것은 똥밖에 없다"라고 자조적으로 푸념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렇다. 정부대전청사처럼 이곳 정부세종청사도 세종시에 서울 등 여타 지역에 사는 공무원들이 똥만 기부하는 것 같다.
길손의 짐작으로는 저곳이 용의 꼬리(龍尾)인 것 같다. 지난 정권에서 말이 많았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도에서 보니 저곳인 듯했다. 그래서 꼬리가 머리를 흔들었나?
뱀의 머리가 될지언정, 용의 꼬리는 되지 말자는 옛말이 떠오른다. 건물도 나지막하고 약간 거시기 하다. 힘이 있는 기재부가 용의 머리에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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