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5) - 유격훈련장에서

2011. 6. 13. 06:17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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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 중에 남의 것들을 슬쩍하지 않고 3년을 보냈다면 그는 참 성인군자라고 불리어야 한다.

민간인이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것이 있는데 오래 입어

낡을대로 낡은 광목으로 만든 팬티를 훔쳐가는 병사도 있었다.  

지금 병사들은 광목팬티라고 하니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흰색의 광목으로 제작이 되었고,

어떤 것은 고무줄도 아니고 광목 천으로 만든 가는 끈이 고무줄 대신에 앞쪽에 달려있었는데,   

그 묶은 매듭이 꼬이기라도 하면 용변이 급할 때 빨리 내릴 수가 없어서 고생한 사람이 더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재미있었던 예전 군대 추억의 일부분이다.

총이나 총기부품을 분실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그 후폭풍이 어떨지 군대생활 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총기를 제2의 생명이라고 했는데~

 

그런 총기부품을 훔쳤던 일이 일어났던 곳은 다름아닌 유격훈련장에서였다.

자대에 배치되어 일병을 달고 한참이나 지났을 무렵 유격훈련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약 1주일간 이었다고 기억이 되는데, 조교들이 챙이 긴 빨간모자를 쓰고, 병사들을 하루종일 훈련이란 미명하에

뺑뺑이 돌리고, 선착순시키고, 똥물같이 더러운 흙탕물에 빠뜨리고, 용량보다 많은 것을 피워놓은

가스실에 집어넣고 단체로 군가를 시키고, 군가소리가 작다고 다시 반복해서 시키고~

이미 고참들로부터 악명을 익히 들었던터라 며칠 전부터 걱정이 되었다. 고참들은 졸병들이 고생하러 간다고, .

손수 부대에서 가장 헐었고 넝마 직전인 군복을 찾아서 입히고,

윗 전투복 왼쪽 가슴에 있는 명찰다는 곳과 전투모 계급장 다는 곳에 올빼미 번호를 쓸 흰색 천으로 대충 만든 명찰을 달아주기도 하고,

그런 날이 있기 며칠 전부터는 고참들도 고생하러 가는 졸병들을 위해 기합도 뒤로 미루고 잘 대해주었다.

비록 그것이 한시적으로 유격훈련기간이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그런데 병기를 관리하는 고참이 우리들을 부른다.

그 당시 카빈소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빈소총의 노리쇠뭉치 1개가 부족하니

유격훈련장에 가서 다른부대 병사의 것을 훔쳐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중 한명의 총에서 노리쇠 뭉치를 빼고, 총을 넘겨주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난감하였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하고 유격훈련장으로 떠났다.

 

그 시절 어느 유격장이든 돌아가는 폼새가 비슷하였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PT체조,

레펠훈련을 빙자한 기합, 한쪽 다리를 통나무에 걸고 웅덩이를 건너는 것,

이것은 말이 그렇지 왠만큼 날랜 병사가 아니고는 약 8할이 똥물 비슷한 웅덩이로 떨어지고 만다.

그네같이 생긴 줄에 달린 굵은 통나무에 한쪽 다리를 걸고,

한쪽다리의 반동을 이용하여 건너편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출발하지마자 균형이 무너지면서 미끈덩~ 하고 몸이 뒤로 제쳐지면서

뒷머리부터 똥물이 스치면서 빠지고 만다.

그러면 조교의 날선 고함이 이어지는데 " 뒤로 취침하여 포복한다 실시!!" 

똥물을 몽땅 뒤집어 쓰고 잘못하면 한모금 마시기도 하면서 그렇게 물에 빠진 새앙쥐꼴이 되어 나오면

또 PT체조 아니면 선착순이 우릴 기다린다. 그넘의 지긋지긋한 선착순 어이그~~~ 쩝~~

 

더운 여름 날씨 탓에 1~2시간 신나게 돌고 나면 옷이 저절로 마른다.

계급장이 없다보니 같은 부대 병사들끼리 말고는 서로 계급도 모르고

하루종일 신나게 고생하고 저녁을 먹고난 다음 내무반에 돌아와서 휴식시간을 가지는데

낮동안 흙탕물과 먼지나는 연병장에서 낮은포복, 높은 포복으로 지저분해진 전투복과

속옷을 입은 채로(갈아 입을 옷이 아예 없고 1주일 내내 1개의 속옷과 1벌의 전투복으로 버틴다)

비록 얼굴은 씻었지만, 목욕도 못한 몸으로 앉아서 쉬고 있다.

 

침상 위의 매트리스와 모포를 보니 더욱 가관이다!  몇천명이 지나갔는지, 언제 세탁을 하였는지

1년 내내 세탁 한번 하지 않은 듯 보이는 매트리스와 모포는 흙가루로 도배가 되어

조금만 위에서 움직여도 먼지가 풀풀 날린다.

어차피 작정하고 온 병사들이어서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를 않는다.

문제는 10시에 취침점호를 하는데, 자대에서는 졸병들이 9시 30분정도부터 고참들이 펴고 누웠던

매트리스를 개서 가지런히 정리를 하고, 관물대도 가지런히 정리를 하여 점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10시 점호준비가 닥아오는데도 전부 꿈쩍 않고 9시 40분까지 모두 앉아 있다.

 

몸이 단 나와 다른 졸병이 건너 편에 앉아 있는 우리부대 고참을 쳐다보니

가만히 그대로 있으라는 눈짓을 준다. 에라 모르겠다. 조금있다가 밖에서 1~2시간 푸닥거리를 하겠지,

단념을 하고 계속 앉아 있는데 그렇게 조금더 시간이 흐르고 점호시간이 임박해지자

갑자기 한 병사가 큰 소리로 " 야!! 빨리 점호준비해!!"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병사 7~8명이 여기저기서 벌떡 일어나서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 우리보다 큰 규모의 부대에서 온듯했다. 병장이나 되었나보다.

많은 넘들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가끔씩은 똥배짱도 있어야 하나 보다

 

며칠이 지나고, 한밤 중에 남의 부대원 총에서 노리쇠뭉치를 분리하여 훔쳐서 우리부대 병사의 총에

결합시키는데 성공했다. 스릴도 있고,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모두 뿌듯했는데...

다음날 가만히 상대방 부대 병사들을 보니 얼굴이 모두 사색이 되어 있었다.

심각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는데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모른다.

결국 그들은 교관과 조교에게  카빈 소총의 노리쇠뭉치를 잃었다고 실토를 하면서 찾아달라고 사정을 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찾나?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노리쇠뭉치에 이름을 새길 수도 없고,

군대서 지문확인도 안되고, 그렇게 대담한 도둑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병사들이 자대에 돌아가서 당했을 곤욕을 생각하면, 지금도 대단히 죄송하고 미안하다.

내가 직접 훔치지는 않았지만 양심의 가책을 크게 느꼈었던 일이었다.

 

 

 

        실탄을 장전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당기는 것이 노리쇠이다.